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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가 뛴다]①김욱 교보생명 전무 "블록체인 기술은 보험 비즈니스 혁신 앞당길 것"

교보생명, 지난해 블록체인 기반 '보험금 자동 청구 서비스' 개발

디레몬-아이콘루프-원 등 스타트업 3곳과 컨소시엄 구성

"보험산업이 직면한 고객데이터 수집 어려움과 보험금지급 프로세스 복잡성 해결"

내년 시범병원 20여 곳으로 확대…이용가능고객 1,000만 명 추정

교통사고 등 재해, 특정암진단 등으로 적용상품도 확대할 계획

※블록체인은 IT 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통산업의 강자로 군림하는 대기업들 역시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 입장에서 블록체인은 산업 전체의 패러다임을 전환 시키는 핵심고리이자 기업과 소비자간 흔들리는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는 기회다.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디센터는 ‘게임체인저가 뛴다’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금융, 물류, 유통 등 각 분야 대기업의 블록체인 사업을 이끄는 리더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봤다. -편집자주

“시작은 국책 과제였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저희 몫이지만 이에 필요한 기술은 스타트업으로부터 얻는 식이죠. 훗날 서비스가 전 국민에게 확산하면 함께 협력한 스타트업의 가치도 자연스레 높아질 것입니다. 이처럼 새로운 상품 서비스를 기획하는 과정에 스타트업을 동참시키면서 건전한 상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저희 대기업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김욱 교보생명 디지털혁신담당 전무 / 사진=교보생명

김욱(사진) 교보생명 디지털혁신담당 전무는 19일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빌딩에서 진행된 디센터와의 인터뷰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공존하는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에 대해 설명했다. 김 전무는 “아이콘루프는 교보생명과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 암호화폐공개(ICO)를 통해 몇백 억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며 “이는 금전적인 지원 없이도 스타트업이 자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활성화 기반 조성’의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보험금 자동 청구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보험금 자동청구 서비스는 100만원 미만의 실손보험(보험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또는 통원치료 시 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해 주는 건강보험)에 대해 고객이 병원 진료 후 따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도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자동으로 지급하는 서비스다.

김 전무는 “100만 원 미만의 소액 결제 건이 전체 실손보험 중 80%를 차지하지만 이 중 미청구건이 50%에 달한다”며 “1년 보험금 청구 건수가 5,000만 건 이상이고, 우리나라 실손보험 가입자가 3,300만 명인 것을 감안할 때 이는 어마어마한 액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객이 가장 불편해하는 ‘서류를 떼는 과정’에서의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보험금 자동 청구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교보생명은 현재 스타트업 세 곳과 컨소시엄을 맺고 있다. 지난해 4월 교보생명과 함께 IoT 시범 사업자로 선정된 디레몬과 아이콘루프(구 더루프), 원 등이다. 디레몬은 모든 보험사가 갖고 있는 고객의 보험가입 정보를 취합하는 스크래핑 기술을 제공하고 있으며, 원은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 전송시스템을 기반으로 전국 130여 개의 중대형 병원으로부터 고객의 의무기록 사본을 보험사로 보내는 역할을 맡았다. 블록체인 전문 기업인 아이콘루프는 교보생명의 보험금 자동 청구 서비스 프로젝트의 기반 기술이 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조성을 담당한다.

교보생명은 1년여간 서비스 구축 기간을 거친 후 올해 초 상계 백병원과 삼육서울병원, 수원 성빈센트 병원 등 3곳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에 착수했다. 최근에는 병원 4곳을 추가했으며 내년 3월까지 20여 곳의 병원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5월엔 우정사업본부와도 업무협약을 맺고 우체국보험에 보험금 자동 청구 서비스를 도입했다. 교보생명은 현재까지 보험금 자동 청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을 총 1,000만 명 가량 모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 전무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보험금 자동 청구 서비스가 현재 보험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고객 데이터 수집의 어려움과 보험금 지급 프로세스의 복잡성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고객이 보험을 가입하는 것은 쉬운데 막상 보험금을 지급 받으려면 과정이 매우 번거롭다”며 “이는 보험 상품 ‘가입’에 관심 있는 보험사와 ‘지급’이 중요한 고객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사가 상품 기획 단계에서 고객의 보험 가입 현황을 일일이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고객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이유로 보안과 프로세스에 강점이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보험상품 설계부터 지급까지 전 과정을 개선할 수 있어 자연스레 고객의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교보생명은 최근 삼성전자 출신의 IT 전문가를 영입하며 디지털 혁신 가속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전무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기술을 견인해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기술 자체가 비즈니스 혁신을 앞당길 수 있다”며 “이것이 바로 ‘비즈니스 상상력’”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선 창의력과 상상력이 필수”라며 “기술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보생명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보험금 자동 청구 서비스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병원, 보험사, 고객 등 다양한 플레이어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시키며 외연을 넓힌 후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보험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김 전무는 “종신 보험만 해도 특약이 열 개, 스무 개씩 되다 보니 사실상 스마트 컨트랙트에 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교통사고 같은 재해 혹은 특정 암 진단처럼 단순한 상품부터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고객이 우리가 지정한 특정 병원에 가서 해당 재해나 질병 등을 진단받게 되면 병원에서 보험사로 바로 인증해 주는 식”이라며 “경찰서를 네트워크에 참여시키면 교통사고가 났을 때 경찰, 보험, 병원의 인과관계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무는 보험금 자동 청구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직면했던 어려움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정책 당국에 뭔가를 질의하면 그쪽에선 개인정보라고만 할 뿐 마땅한 답을 주지 않았다”며 “기술과 규제 이슈를 파악하고 해결해 나가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이 확산하기 위해선 개인정보보호법 문제도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무는 “법에 따르면 5년이 지난 정보들은 삭제돼야 하는데 정보가 블록체인 위에 올라가는 순간 기록은 영원히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무는 결국 기술은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해 쓰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기술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로 고객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이러한 부분을 잘 찾아내면 타사 대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소비자도 보다 편리한 서비스 상품을 접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김소라기자 srk@decenter.kr

김소라 기자
srk@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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