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암호화폐 지갑에는 어떤 코인이 들어있을까. 전 세계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세계적인 인기야 가늠해볼 수 있지만, 어떤 나라에서 어떤 코인이 인기 있는 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2,000종이 넘는 암호화폐 중 나라별로 유달리 관심을 받은 있는 코인들은 무얼까. 인기 있는 코인을 보면 그 나라의 투자 성향도 확인할 수 있다.디센터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특히 관심을 받은 암호화폐들을 꼽아봤다.
◇짧고 굵었던 인기, 퀀텀= 비트코인의 안정성과 이더리움의 스마트컨트랙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블록체인’ 퀀텀은 지난 2월 블록체인 노드를 탑재한 초소형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겠다며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 없이도 퀀텀의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원대한 포부를 내비쳤다.
지난해 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의 퀀텀(QTUM) 거래량이 전체의 70%를 차지할 만큼 국내에서 많은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가격 또한 알트코인들의 가격이 최고를 기록하던 지난 1월 12만 3,900원까지 치솟았다.
퀀텀은 중국의 대표 블록체인 플랫폼 중 하나로 각광 받으며 국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지분증명(POS·Proof of Stake)방식을 통한 채굴이 되는 얼마 되지 않는 상위권 암호화폐 중 하나로 채굴자들에게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연초까지 시가총액 상위 10위권을 맴돌던 퀀텀의 인기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지난 3월 다수의 퀀텀 디앱들을 상장해 많은 거래량을 차지하던 국내 거래소 코인네스트의 김익환 대표가 장부거래 의혹으로 구속되고 난 후 퀀텀과 디앱들의 가격은 줄줄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코인네스트는 메디블록, 잉크 등 퀀텀의 디앱(Dapp)들을 가장 먼저 유치했으며, 퀀텀재단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퀀텀재단에 대한 불신과 퀀텀기반 암호화폐들이 코인네스트에서 장부거래로 인해 가격이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가격 하락을 불러온 것이다.
디앱들의 이탈도 한가지 원인으로 지적된다. 초기 2,000여개의 디앱들을 유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퀀텀은 메디블록 등 다수의 주요 디앱이 퀀텀을 떠나며 상승 동력을 잃었다.
12월 말 코인마켓캡 기준 퀀텀 전체 거래량의 약 39%를 차지하는 거래소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빗이며 2위가 빗썸으로 약 14%를 차지하고 있다. 빗썸 기준 가격은 2,500원 대, 코인마켓캡 시가총액 은 상위 27위에 있다.
◇‘이더리움 킬러’ 이오스= 이더리움 킬러라는 별명을 달고 나온 이오스는 이더리움의 느린 처리 속도와 높은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해 한국 외에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1년 동안 모은 자금은 40억 달러를 넘었으며 특히 초기 5일 간의 크라우드 세일 기간 동안만 1억 8,500만 달러를 모금해 동일 기간 타 ICO(암호화폐공개)를 압도했다.
한국에서 유난히 인기가 높았는데, 지난 5월 이오스(EOS)는 일 거래량 2,990억 원을 달성하며 국내 거래량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28개국 100여 개 팀이 참가하는 이오스 블록프로듀서(BP·Block Producer)후보로는 한국에서만 7개 팀이 출사표를 던지며 이오스에 대한 한국 투자자들의 믿음을 증명했다.
이오스가 인기있는 원인 중 하나는 탄탄한 기술력이다. 인기 블록체인 SNS 서비스 스팀잇을 개발한 스타 개발자 댄 라리머가 개발진으로 참여해 초반 눈길을 끌었으며 2018년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CCID 블록체인 연구원’이 발표한 “제 2기 CCID 글로벌 퍼블릭 블록체인 평가 지수”에서 1651.5점을 받아 기술 부문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 차명훈 대표는 “기술적인 확장성과 시장성 등의 기준에 부합해 상장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다른 인기 요인은 자본 유치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이오스를 개발하는 블록원은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 마이크 노보그라츠와 협력관계를 맺으며 총 4,500억 원의 투자 펀드를 조성했다. BP로 나선 후보들도 앤트풀(Antpool), 후오비(Huobi) 등 거대 기업들로 ‘이오스는 망하지 않겠다’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 ‘돈버는 SNS’ 스팀 =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글에 대한 보상을 주는 블록체인 기반 SNS 서비스 스팀잇의 암호화폐 스팀(STEEM)또한 국내에서 많은 관심을 받은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 하나다.
스팀잇 서비스의 이용자수 약 80만 명 중 확인된 이용자는 약 7~8만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IT에 대한 적응이 빠르고 트렌드에 민감한 국내 이용자들은 글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스팀잇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때 국내 트래픽 기준 상위 200대 사이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스팀의 API를 이용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도 등장했다. 한국사용자를 위한 ‘스팀KR’(SteemKR)과 맛집 블로그인 ‘테이스팀’,스팀잇의 UX(사용자 경험)을 일부 개선한 ‘jsteem’이 나오며 블록체인 SNS의 확장성을 보여줬다. 지난 4월에는 국내 거래소 고팍스와 함께 웹툰 공모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12월 말 코인마켓캡 기준 스팀 거래량 1위는 바이낸스, 2위가 국내 거래소 빗썸(28.15%)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다음으로 업비트의 KRW마켓이 3위(17.31%)를 차지하고 있다. 빗썸과 업비트의 거래량을 더하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다만 이렇다 할 수익 모델이 없는 스팀잇은 최근의 암호화폐 시장 하락과 맞물려 인원 감축과 회사 재구축 등 비용을 줄이기 위한 시도를 찾고 있다. 네드 스캇 스팀잇 대표는 이와 관련해 “어떻게 하면 생존할 수 있는지이며 다음 단계로 넘어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재연·민서연 기자 wonjaeyeon@decenter.kr
- 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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