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호수와 암초, 라군(Lagoon·석호) 등에 둘러 싸여있는 폴리네시아 소시에테 제도의 보라보라섬. 낭만과 사랑을 상징하기도 하는 이 섬은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이 섬을 모티브로 한 블록체인 업체가 있다.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그 기반을 닦고 있는 보라(BORA·Blockchain Orchestrated Redeemable Asset)다.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체 ‘웨이투빗’의 자회사인 보라는 인터넷 기반의 콘텐츠 비즈니스를 유통하고 사용자 활동을 촉진하는 데에 목적을 둔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플랫폼 제공자들이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유저 확보 및 마케팅 대행을 명목으로 과대한 수수료와 로열티를 받아가고 있는 현재와 달리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토대로 입점과 거래 수수료 등을 최소화하면서 서비스 제공자가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보라의 목적이다.
이승희 보라 CEO는 지난 17일 디센터 기자와 만나 개발자와 유저 모두가 블록체인을 통해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개발자에게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주고 유저에게는 블록체인의 장점을 몸소 느끼게 해 블록체인 생태계 내 활동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큰 에어드랍 등 보상 체계를 도입해 생태계 활성화를 목표하는 타 블록체인 플랫폼과는 달리 친숙한 사용자환경 및 블록체인의 장점만을 활용한 유연한 서비스를 제공해 생태계 활동을 촉진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CEO는 네오위즈, 엔씨소프트, 더블유게임즈, 스마일게이트 등 굵직굵직한 게임 회사에서 오랜 기간 개발 및 마케팅을 두루 겪어온 베테랑이다. IT의 기본은 살리면서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분야가 블록체인임을 깨달았다는 그는 프로덕트가 나오기에 앞서 과대한 마케팅을 하기보다는 기술적으로 내구성을 다져 서비스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계적인 포지셔닝을 통해 보라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금은 느리더라도 확실한 서비스를 하겠다는 포부다.
보라보라섬과 같이 이 업체의 서비스명은 해양, 섬, 바다 생태계를 이루는 요소를 바탕으로 지어졌다. 현재 보라에는 ‘보라 아일랜드(BORA Island)’와 ‘보라 아톨(BORA Atoll)’, ‘보라 라군(BORA Lagoon), ‘보라 익스플로러(BORA Explorer)’로 구성돼 있다. 올해 2~3분기께 출시되는 보라 아일랜드는 가장 기본적인 보라의 서비스 플랫폼으로, 유저들은 이곳에서 토큰을 교환하고 계정을 관리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보라 플랫폼 내에서 활용되는 하위 토큰 개념인 ‘셸(shell)’은 트랜잭션 비용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유저 입장에서 원활하게 사용하기가 편하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보라 아톨은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파트너사들을 위한 공간으로, 파트너들은 이 서비스를 통해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정보, 관리 툴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보라 라군은 개발자들을 상대로 한 테스트 서비스로, 보라 아일랜드와 비슷한 테스트 환경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보라 아일랜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개발자들은 아일랜드 입성에 앞서 보라 라군에서 게임 등 디지털엔터테인먼트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테스트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라 익스플로러는 블록체인에 기록된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탐색기다. 보라 아일랜드가 오픈되면 블록정보 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보라만의 강점으로는 10년 이상 IT 업계에 종사하면서 풍부한 개발 경력을 쌓아온 개발자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굵직굵직한 파트너사가 꼽힌다. 블록체인 생태계를 꾸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파트너가 중요한 요소다. 파트너사의 성격별로 다양한 서비스가 구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보라의 파트너사로는 코인플러그, 카카오게임즈, 네시삼십삼분, ENP게임즈, 네온게임즈, 블록워터캐피털 등 30여 개가 있다.
이 CEO는 블록체인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현존 기술에 블록체인을 잘 적용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탈중앙화에서 나오는 많은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아직은 책임질 주체를 두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러한 보라의 니즈를 서포트하는 것이 바로 카카오 플랫폼인 클레이튼이다. 클레이튼은 탈중앙화에서 벗어난 플랫폼이라는 일각의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완벽한 탈중앙화를 무작정 추구하기보단 블록체인을 활용한 기존 서비스보다 유연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웨이투빗에 투자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클레이튼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참여하게 된 계기도 있지만, 보라는 클레이튼을 이더리움과 같은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 클레이튼이 개발 중인 메인넷에 보라 플랫폼을 연동하기 위한 기술 검증과 함께 서비스 운영, 블록체인 기술 개발 등 다방면으로 긴밀한 협력 중에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현재 보라는 게임포털 푸푸게임을 운영 중인 ENP게임즈와 함께 구글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벽돌깨기 퍼즐: 볼 베이더’를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 버전으로 개발 중이며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와이즈피어 또한 블록체인 기반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모모플’을 개발하고 있다.
/김연지기자 yjk@decenter.kr
- 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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