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수많은 종류의 옷과 가방, 신발 그림이 널려있다. 어떤 종류의 옷인지, 코트인지 집업(zip-up)인지 분류하고 싶지만 그림이 너무 많다. 눈으로 분별하려면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릴 것이다.
이때 전체 옷 그림 데이터 중 일부만 입력해 인공지능에 학습시킨다면? 인공지능 딥러닝 모델은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옷 그림이 수천 가지이든, 수만 가지이든 순식간에 분류할 수 있다. 아래 이미지처럼 인공지능은 각 이미지를 엄청난 속도로 분석한다.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옷을 분류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은 과연 어떻게 만들까? 그 해답은 구글이 줬다. 개발도구 ‘텐서플로우(Tensorflow)’를 배포하면서다. 텐서플로우의 등장으로 AI 개발의 진입장벽은 낮아졌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줄 인공지능은 일상에 가까워졌다.
텐서플로우는 GPU와 PC, 모바일 등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다. 파이썬뿐 아니라 C++ 등 여러 프로그래밍 언어를 지원한다. 가장 보편적인 프레임워크가 된 이유다. 카멜 앨리슨 텐서플로우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지난 6일 열린 ‘텐서플로우 개발서밋 2019’에서 “텐서플로우는 인공지능 개발의 민주화를 이뤄냈다”며 개발이 편리해졌음을 강조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다 보니 탄탄한 개발 커뮤니티도 구축됐다. 자이냅스 개발자는 “인공지능의 경우 아직 개발 관련 데이터가 많지 않은데, 텐서플로우는 개발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프레임워크이기 때문에 공부할 만한 데이터가 많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IT 대기업 개발자도 “텐서플로우가 오픈소스로 공개된 만큼 전 세계 AI 개발자들도 텐서플로우 기반으로 개발한 코드를 깃허브에 공개하는 편”이라며 “많은 개발자들이 작성한 코드를 가져다 쓸 수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는 IT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에서 나왔다. 인도 델리는 세계에서 가장 공기가 나쁜 도시, 파란 하늘을 볼 수 없는 도시로 꼽힌다. 이에 델리의 대학생들은 텐서플로우로 공기의 질을 수치화하는 AI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이미지를 자동으로 분류하는 딥러닝 모델을 이용한 것이다. 휴대폰으로 델리의 하늘을 촬영하면 AI는 촬영 이미지를 분석해 공기의 질을 측정한다.
기업들도 텐서플로우를 이용해 기존 비즈니스에 AI 서비스를 접목할 수 있게 됐다. 헬스케어 대기업 ‘GE헬스케어’는 텐서플로우를 기반으로 MRI 사진을 판독하는 AI를 개발했다. 현재 GE헬스케어의 AI는 환자의 MRI 사진을 의사보다 빠르게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진단을 내리고 있다. 오진 확률과 검사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텐서플로우 기반 딥러닝 모델이 이미지만 분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언어 등을 분석해 사람의 성향도 파악할 수 있다. 트위터의 ‘머신러닝 파워 피드’가 그 예다. 트위터는 사용자가 가장 관심 있어 할만한 콘텐츠를 피드 상위에 노출하고 싶었지만, 수천 명을 팔로우하는 사용자의 경우 그의 성향을 분석하기 힘들었다. 이에 트위터는 텐서플로우로 사용자의 성향을 학습하는 딥러닝 모델을 개발, 사용자 참여도를 끌어올렸다.
구글 텐서플로우 팀이 2.0 버전을 만들 때 가장 고려한 것은 ‘케라스’ 채택이다. 케라스란 파이썬으로 작성된 딥러닝 프레임워크로, 텐서플로우는 2.0 버전에 이 케라스를 결합하기로 했다. 파이썬을 사용하는 개발자들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국내 IT 대기업 AI 개발자는 텐서플로우 2.0버전에 대해 “케라스 같은 다른 인공지능 프레임워크와도 통합됐기 때문에 기존 버전보다 훨씬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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