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공유한다. 자동차도 공유한다. 필요할 때 빌려 쓰고 필요 없을 땐 남에게 빌려 준다. 굳이 비싼 돈 들여 제품을 소유하지 않는다. 이처럼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경제 방식을 ‘공유경제’라 한다.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법대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가 그의 저서 ‘리믹스(Remix)’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사실 공유경제란 용어가 새로이 등장했을 뿐이지, 공유경제는 일상과 맞닿아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다. 5교시 체육시간이다. A는 체육복이 없다. 다른 반 친구 B에게 빌린다. 대신 매점에서 우유 하나를 사준다. B는 지금 당장 본인에게 필요 없는 체육복을 남에게 빌려주고 우유를 얻었으니 이익이다. A는 체육복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체육복을 빌릴 수 있으니 이득이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일상에서 얼마든 발생할 수 있다. 공유경제 자체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 시스템은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공유경제’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는 이유는 따로 있다.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빅데이터 등 기술 발전으로, 지인에 한정돼 있던 공유경제의 범위가 크게 커졌기 때문이다.
다시 체육복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옆 반에 친구가 있으면 다행이다. 서로 시간표도 알고 신체 사이즈도 아니까 체육복을 빌리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전학생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우선 당장에 5교시 체육 수업이 아닌 반에 속한 학생을 찾아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교실 위치는 현재 내가 있는 곳과 가까워야 한다. 이뿐 아니다. 그 학생은 나와 체격도 비슷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학생을 찾았다 하더라도, 상대가 체육복을 빌려줄 의향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러나 이 데이터를 수집해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인을 통하지 않더라도, 학교 전체 학생과 연결될 수 있다. 똑같은 체육복을 사용하는 다른 학교 학생과도 연결될 수 있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조건에 맞는 대상에게 체육복을 빌릴 수 있다. 지인에 한정돼 있던 공유경제의 범위가, 플랫폼의 등장으로 넓어진 것이다. 과거엔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가능한 일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언제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서로 최적화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Airbnb)와 우버(Uber)가 대표적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이다. 에어비앤비와 우버 모두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서비스 업체다. 호스트(Host)는 방이나 집, 별장 등 유휴공간을 빌려줄 수 있다. 게스트는(Guest)는 에어비엔비에 올라온 숙소 리스트를 보고 원하는 곳을 선택한다. 에어비앤비는 게스트에게 맞춤형 숙소를 추천해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플랫폼에 더 많은 참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우버도 마찬가지다. 우버는 미국의 승차공유 서비스다. 우버는 운전기사와 승객을 모바일 앱으로 중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누구나 손쉽게 우버 앱을 통해 기사로 등록하고 돈을 벌 수 있다. 고객도 앱을 설치하고, 호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스마트폰 GPS 정보가 활용돼 가장 가까운 운전기사와 매칭이 된다. 이처럼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수요자와 공급자를 플랫폼에 끌어들이려 애쓰는 이유는 플랫폼 참여자가 증가할수록 긍정적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한다는 데 있다. 공유경제 범위가 확장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낸다. 최근엔 기존 공유경제 플랫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사업체가 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숙박공유 플랫폼 ‘위홈(Wehome)’과 블록체인 모빌리티 서비스 ‘엠블(MVL)’이 단적인 예다. 이들은 모두 ‘중개 수수료 0원’을 내세우며 참여자들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조산구 위홈 대표는 지난 13일 여의도 위워크점에서 진행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위홈은 고객, 호스트와 함께 숙박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참여자”라고 강조했다. 에어비앤비처럼 중앙화된 플랫폼으로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위홈이 에어비앤비와 비교해 확실한 가치를 주지 않으면 사람들이 위홈으로 올 이유가 없다”며 “중개 수수료 0원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개 수수료가 사라지면 고객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숙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호스트도 플랫폼에 지불하는 비용이 없어지기 때문에 기존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문제는 위홈 플랫폼 참여자 수가 에어비앤비에 비해 현저히 적단 점이다. 고객 입장에선 돈이 조금 비싸더라도 더 많은 선택지가 있는 에어비앤비를 선호할 수 있다. 호스트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플랫폼에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에어비앤비에 속해 금전적으로 더 나을 수 있다.
실제 조 대표는 지난해 9월 디센터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슈퍼 호스트를 연내 유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이루지 못했다. 그는 “생각보다 에어비엔비의 슈퍼 호스트를 설득하는 게 어려웠다”며 “다른 방식으로 사업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위홈이 서울교통공사, 코인플러그와 MOU를 체결하고 ‘서울메트로스테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서울메트로스테이 사업은 지하철역 5분 거리 이내에 있는 공유숙소의 숙박권, 지하철 이용권, 관광 정보 등을 종합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우경식 엠블 파운데이션(MVL Foundation) 대표는 지난 22일 기자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기사들이 플랫폼에 진입할 수 있는 장벽이 우버나 그랩(Grab)에 비해 굉장히 낮다”고 자신했다. 엠블 파운데이션은 모빌리티 블록체인 엠블(MVL) 개발사다. 엠블은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TADA)’를 운영한다. VCNC가 운영하는 국내 ‘타다’와 이름이 같지만 다른 업체다.
우 대표는 “엠블 자체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거드는 도구일 뿐”이라며 “중요한 건 기사님들을 설득해 타다 플랫폼으로 넘어오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사가 많을수록 고객의 편의성도 증대한다. 차량을 호출했는데 가까운 지역에 기사가 없다면, 고객은 불편함을 느낀다. 고객은 한 번의 불편함을 겪고 쉽게 서비스를 이탈한다. 우 대표가 함께 일하는 기사를 늘리는 데 집중하는 이유다.
한편, 우 대표는 최근 국내에서 승차공유서비스를 두고 IT(정보기술) 업계와 택시업계가 날 선 갈등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싱가포르는 개인 기사가 택시기사처럼 돈을 벌려면 따로 면허를 따야 한다”며 “한국도 싱가포르처럼 법을 잘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도예리기자 yeri.do@decenter.kr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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