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앱(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DApp) 정보사이트 디앱닷컴에 따르면 전 세계 블록체인 기반 게임 디앱 중 사용자 수 1위인 ‘하이퍼스네이크(Hyper Snakes)’의 누적 사용자 수는 4만 9,000여명이다. 하지만 하이퍼스네이크는 사실 세계 1위가 아니다. 디앱닷컴의 순위는 이더리움, 이오스, 스팀 등 유력 블록체인 플랫폼의 디앱만을 집계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중국에선 특별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원조 게임 강자인 텐센트(Tencent)가 출시한 블록체인 기반 게임 ‘렛츠헌트몬스터(Let‘s Hunt Monster)’는 지난 4월 중국 아이폰(iOS) 앱스토어에서 무료게임 분야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했다. 현재까지의 정확한 이용자 수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게임 별점 평가에 참여한 사용자만 20만명에 달한다. 이더리움 게임 디앱들보다 사용자 수가 월등히 많다.
이는 텐센트의 블록체인 게임 첫 도전이다. 텐센트는 렛츠헌트몬스터를 통해 블록체인 플랫폼과 디앱 시장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텐센트는 지난 2017년 4월, 암호화폐 열풍이 불기도 전에 일찌감치 TrustSQ의 백서를 공개했다. 블록체인 기반 앱을 개발할 수 있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BaaS(Blockchain as a Service) 형태 플랫폼 ‘TBaaS’도 개발했다. 게임은 물론이고, 이미 마련해둔 블록체인 플랫폼까지 있으니 두 가지를 결합하기 용이한 것. 블록체인 기업 대부분이 플랫폼 또는 디앱 중 한 가지만 공략하는 것과 대비된다.
중국을 대표하는 IT 대기업인 만큼, 블록체인 기반 게임에서도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쉽다. 이 점 역시 이더리움, 이오스 같은 기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디앱들과 대비된다. 대다수 디앱들의 과제는 사용자를 확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텐센트가 중국 국민 메신저인 위챗, QQ의 개발사인 점은 사용자 확보에 힘을 더한다. 렛츠헌트몬스터 사용자들은 위챗으로 친구에게 게임 링크를 보낸 뒤, 친구의 캐릭터와 자신의 캐릭터를 교배시킬 수도 있다. 사용자 유입 경로가 다각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은 블록체인 기반 게임의 큰 매력이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 기반 게임 디앱인 크립토키티의 사용자들은 고양이 캐릭터를 판매하고 이더리움(ETH)을 받은 뒤, 이를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다. 게임 디앱 ‘엑시 인피니티’를 만든 알렉산더 라슨(Aleksander L.Larsen) 엑시 인피니티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전 세계 수많은 게임 팬들이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들은 분명 열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따라서 텐센트는 이러한 블록체인 기반 게임의 중요 포인트를 놓치게 됐다. 텐센트 측은 기술 전문매체 테크노드에 “(렛츠헌트몬스터의) 고양이 캐릭터는 재미를 위한 것이지, 투기 수단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테크노드는 “텐센트가 중국 IT대기업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정부 규제에 허리를 굽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텐센트는 위챗 등 메신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게임 캐릭터 또는 RMB 토큰 장외거래(OTC)도 감시해야 한다. 게임 디앱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정부 규제에 지속적으로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 위챗은 지난 5월 위챗 결제 규정에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등 앱 내 암호화폐 장외거래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 hyun@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