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 백서를 잘 살펴보면 한국이 먼저 낸 아이디어가 많아요. 페이스북 출현 당시엔 싸이월드가 있었고 위챗 출현 당시엔 카카오톡이 있었죠. 리브라보다 테라가 먼저 백서를 낸 만큼, 한국이 먼저 낸 아이디어를 단순히 해외 대기업이 진입한다 해서 또 빼앗길 순 없잖아요.”
코인 설계 방식과 지향하는 비전 면에서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를 ‘테라’와 비교하는 목소리가 종종 들린다는 기자의 발언에 신현성 테라 대표는 이 같은 대답을 내놨다. 테라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 티몬의 창업자 신현성 테라 공동대표가 이끌고 있는 암호화폐 프로젝트다. 테라는 최근 국내 간편결제 앱 ‘차이(CHAI)’와의 협업을 통해 열흘 만에 10만 유저를 모았다. 현재 차이는 티몬에서 이용 가능하며, 상시 최대 10% 할인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5일 성수동에 들어선 테라 사옥 부근에서 신현성 테라 대표와 니콜라스 플라티아스(Nicholas Platias) 테라 리서치 수석을 만났다. 이들은 “테라는 이미 성장 중인 프로젝트”라며 “리브라가 출시되더라도 한국에서 쌓아온 테라의 역량을 따라오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동행 상대가 될 수도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플라티아스 수석은 “리브라는 암호화폐를 모르는 페이스북 유저에게 이를 쉽게 쓰이도록 도울 것은 분명하다”며 “이러한 점은 산업 전체에 있어 분명 좋은 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산업을 함께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선 동행 상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플라티아스 수석은 규제 측면에선 테라가 리브라보다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간 페이스북이 규제 측면에서 회색지대(Grey zone)에 있었다”며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통해 기존 금융 시스템에 손을 대는 것은 규제영역에 자처해 들어가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 기관은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들을 규제하고 싶어 했다”며 “때문에 페이스북이 자처하면 할수록 정부 기관은 손쉽게 규제의 칼날을 들이밀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대표 역시 같은 입장을 보였다. 그는 “테라는 리브라 대비 용도가 명확하다”며 “때문에 제한된 유스 케이스 안에서 명확히 규제를 따르면 리브라보다 규제 이슈를 뚫기 쉽다”고 말했다.
그런데 설계 방식 말고, 가치를 돌려준다는 결과만을 놓고 보면 리브라 역시 사용자들에게 협회 운영 자금에서 남은 자금을 배당으로 돌려준다. 그렇다면 리브라도 가치를 어느 정도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 이에 신 대표는 “운영 자금을 굴리고 트랜잭션 수수료를 활용해 투자자들에게 (가치를) 돌려주는 부분은 유사하다”면서도 “페이스북은 투자자에게 주목하지만, 테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테라는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배당이 아닌 사용자가 플랫폼을 이용했을 때 얻는 가치에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을 활용할수록 사용자가 최대한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미 세계적인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사람들은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을 찾기보다 기존 플랫폼의 추가된 기능을 사용하는 게 더 쉽다. 신현성 대표는 “물론 트래픽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며, 트래픽만 따지면 페이스북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면서도 “혜택에 따른 점유율로 따지면 다른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결제 수단보다 높은 할인율을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게 관건이라는 것이다. 그는 “구글이나 네이버가 출시했던 많은 서비스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며 트래픽이 넘친다고 해서 플랫폼의 서비스가 성공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재 테라는 티몬 내 결제 수단 중 가장 높은 할인율을 제공하고 있다.
신현성 대표는 “우리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시장에 더 빠르고 깊게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대표는 “테라는 애초부터 전자상거래 솔루션으로 개발됐다”면서 “그 어떤 결제 수단보다 연동이 쉽고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암호화폐는 전자상거래 시장을 더욱 성장시키는 도구”라며 “이커머스 결제 수단에 있어선 경쟁 상대가 등장해도 (테라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연지기자 yjk@decenter.kr
- 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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