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핀(TechFin)’은 알리바바 그룹 창립자 마윈이 2016년 말 처음 사용한 용어다. ‘핀테크(FinTech)’는 기존 금융기업이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향상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면 테크핀은 그 주체가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기업이다. ICT 기업이 기술로 기존 금융시스템을 혁신한다는 뜻이다. 즉 은행이나 증권사처럼 전통 금융기업이 아닌 ICT 기업이 본래 서비스에 금융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 테크핀이다.
알리바바 그룹의 자회사 앤트파이낸셜(Ant Financial)은 테크핀 기업의 대표적 예로 꼽힌다. 앤트파이낸셜의 전신은 2004년 출범한 알리페이다. 알리페이는 알리바바 플랫폼의 결제 서비스다. 2014년 알리페이는 앤트파이낸셜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IT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적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테크핀 기업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앤트파이낸셜의 기업가치는 1,500억달러(175조 1,250억원)로 평가됐다. 국내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 시가총액을 모두 합한 61조 3,135억원보다 2배 이상 높다.
앤트파이낸셜은 자체 보유한 블록체인 기술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부터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서비스를 시작했다. 홍콩에 거주하는 필리핀 노동자가 타깃 고객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기존 은행의 해외송금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췄다. 단 몇 초 만에 거래가 이뤄진다.
같은 해 12월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 성공했다. 알리페이로 환자가 진료비·입원비 등을 내면 관련 영수증이 알리페이로 발급된다. 클릭 한 번으로 보험금 지급 서류 제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후 환자는 알리페이 계좌에 접속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이뤄지는 데 1분이면 충분하다. 보통 중국에서 1개월 가량 걸리던 보험금 지급 과정을 분 단위로 줄였다.
올해 2월에는 아예 산하에 ‘앤트블록체인테크놀로지’란 자회사를 설립했다. 블록체인 개발 및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겠단 기업의 방향성이 드러난다. 앤트블록체인테크놀로지는 블록체인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PC용 하드웨어 판매 등에 주력한다. 또 기술이전·컨설팅 등 보다 넓은 범위로 블록체인 연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한편, 앤트파이낸셜은 암호화폐 발행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하지만 암호화폐는 제재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 노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앤트파이낸셜은 전세계 기업과 협업해 알리페이를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카카오페이와의 협력이 대표적이다. 카카오페이와 앤트파이낸셜은 테크핀 기업이란 점에서 같다. 지난 2017년 앤트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양사는 글로벌 크로스보더 결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 서비스가 구현되면 한국에 방문한 알리페이 사용자가 카카오페이 가맹점에서 결제를 할 수 있다. 반대로 해외에서도 카카오페이 결제가 가능해진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Klaytn)’의 노드로 참여한다.
/도예리기자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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