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열 한국IBM 블록체인 기술총괄 상무는 다가오는 미래를 ‘블록체인 4.0 시대’라고 정의하며 상용화된 블록체인 네트워크 간 협업 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적용사례를 넓혀가는 IBM
IBM은 세계적인 블록체인 선도 기업이다. 지난 2014년부터 블록체인 사업에 발을 들인 IBM은 금융, 유통, 의료,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600개 이상 크고 작은 프로젝트 경험을 쌓았다. 2015년에는 IBM을 포함한 리눅스 재단 소속 17개 기관이 모여 오픈소스 ‘하이퍼레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듬해엔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하이퍼레저 패브릭’을 론칭했다. 박 상무는 “(하이퍼레저 패브릭을 활용해) IBM은 전 세계 비즈니스에서 실질적인 블록체인 도입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IBM이 진행한 수많은 블록체인 사업 중 박 상무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여러 선택지 중 ‘플라스틱 뱅크(Plastic Bank)’를 꼽았다. IBM이 개발에 참여한 플라스틱뱅크는 플라스틱을 디지털 토큰으로 교환해줌으로써 가치를 부여하는 재활용 생태계 강화 프로젝트다. 오늘날 지구에는 해마다 3억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그중 800만 톤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박 상무는 “빈곤층 사람들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집한 대가로 생필품을 구입하거나 전기료를 납부할 수 있다”며 “사회적 기업들이 기부금에 의존하는 게 아닌 블록체인을 활용함으로써 스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 인상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가장 큰 무기
최근 페이스북, 삼성전자 등 글로벌 대기업들의 블록체인 비즈니스가 모습을 드러내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IBM이 가진 경쟁력은 무엇일까. 박 상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IBM의 무기”라고 답했다.
독일 지적재산권 분석업체 아이플리틱스(IPlytic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블록체인 패밀리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은 IBM이다. IBM은 185건의 패밀리 특허를 냈다. 패밀리 특허는 하나 이상의 국가에서 출원된 특허를 의미한다. 패밀리 특허가 많을수록 글로벌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다는 게 박 상무의 설명이다. 그는 “전 세계 수백 개의 고객사들과 활발히 협업하고 있는 IBM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블록체인 리더”라고 말했다.
IBM은 특히 유통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식품유통 조회서비스 ‘푸드 트러스트(Food Trust)’는 공급망 네트워크를 블록체인에 올림으로써 유통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했다. 온 체인에 기록된 데이터를 활용하면 기존 6일 이상까지 소요되던 조회 시간을 2.2초까지 줄일 수 있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2위 슈퍼마켓 체인 엘버트슨(Albertsons Companies)이 푸드 트러스트에 합류했다. 이외 네슬레(Nestle), 크로거(Kroger), 돌(Dole) 등 유명 식품업체들도 IBM 서비스를 통해 식품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박 상무는 “80개가 넘는 브랜드들이 푸드 트러스트를 활용해 유통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엔드-투-엔드 식품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농장에서 매장 진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4.0을 위한 새로운 협업 모델 필요해
박 상무는 최근 블록체인 생태계의 과도기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블록체인 생태계는 기술을 활용해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3.0 시대를 지나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3.0 시대에서는 외국으로부터 수입해 온 식품의 유통 내역을 추적하고(IBM 푸드트러스트), 국제간 물류 이동 시 블록체인으로 선적 문서를 디지털화해 과정을 간소화 시키고(IBM 트레이드렌즈), 블록체인 외국환 거래를 통해 낮은 수수료와 높은 송금 속도를 확보했다(IBM 월드와이드).
그는 이 같은 3.0 시대에서 블록체인이 한발 더 나아가려면 새로운 협업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최근 많은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블록체인 네크워크를 구성하고 있다”며 “각각 네트워크 간의 협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 상무는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의 생태계를 만드는 단계를 ‘블록체인 4.0’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비즈니스 네트워크 설계가 얼마만큼 충실히 적용되어 있는가의 여부가 블록체인 성공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재석기자 cho@decenter.kr
- 조재석 기자
- cho@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