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좋은 성능을 가진 블록체인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은 여전히 느리다는 비판을 받는다. 블록체인의 확장성 부족 현상을 해결하려는 솔루션들도 나오고 있으나 기존 인터넷 기반 서비스만큼의 거래량을 감당할 수 있는 플랫폼은 아직 없다. 때문에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이 기존 서비스들을 대체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속도나 확장성 문제를 해결한 플랫폼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솔라나(Solana)는 샤딩(Sharding) 같은 기존 블록체인 플랫폼들의 문제 해결책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충분한 성능을 가진 플랫폼이 나오지 않았다고 봤다. 또 샤딩 없이도 충분한 확장성과 빠른 속도를 구현하기 위해 2년 간의 플랫폼 개발 과정을 거쳤다. 현재 솔라나는 멀티코인캐피털 등 크립토펀드로부터 2,000만달러(23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메인넷 공개를 앞두고 있다.
애나톨리 야코벤코(Anatoly Yakovenko) 솔라나 CEO는 디센터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샤딩을 활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샤딩은 처리할 거래량을 할당하는 과정이 불필요하게 복잡할뿐더러, 네트워크 보안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솔라나는 자체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 ‘역사증명(PoH, Proof of History)’ 합의알고리즘으로 확장성과 보안, 속도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솔라나의 PoH 합의알고리즘은 노드(검증자) 간 합의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한 알고리즘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선 노드들이 거래가 언제 발생했는지 함께 증명하고 합의함으로써 거래 내역을 저장한다. 솔라나는 이 과정에 ‘검증 가능한 지연함수(VDF, Verifiable Delay Function)’를 도입해 합의를 단순화했다. 거래 내역을 암호화할 때 시간 순서에 대한 정보를 추가함으로써 검증자들이 각각의 거래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도 합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합의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되므로 거래 처리 속도는 자연히 빨라진다. 속도가 빨라지므로 확장성도 늘어나고, 블록체인의 성능 자체가 향상되는 개념이다. 현재 솔라나는 테스트넷 기준 5만 TPS(초당 거래량)을 구현했다.
야코벤코 CEO는 “PoH 합의알고리즘은 시간 순서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휴대폰 네트워크만큼 확장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솔라나의 메인넷 개발이 늦어진 원인도 역시 PoH 알고리즘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7년 개발을 시작했음에도 메인넷 출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야코벤코 CEO는 “PoH 합의알고리즘은 샤딩 없이도 거래 처리 속도를 빠르게 하고, 네트워크 확장성을 늘리는 알고리즘이기 때문에 개발 과정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블록체인 플랫폼의 성능을 높인 솔라나에게 남은 과제는 노드(검증자)들을 확보하는 일이다. 노드를 확보하고 거래량을 늘려야 플랫폼의 성능도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솔라나는 ‘투어 데 솔(TOUR DE SOL)’이라는 테스트넷 참여 프로그램을 마련해 검증자를 늘리고 있다. 야코벤코 CEO는 “코스모스 프로젝트의 ‘Games of Stake’ 이벤트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며 “솔라나 네트워크의 검증자들이 프로젝트 초기부터 참여하게끔 할 수 있어 좋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솔라나는 개발자 풀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Libra)’에서 쓰이는 ‘무브(Move)’ 개발언어를 지원한다. 야코벤코 CEO는 “무브를 쓰는 개발자들은 솔라나를 기반으로 디앱을 만들 수 있다”며 “진입장벽을 낮출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솔라나를 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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