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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클링'으로 드러난 리버스 ICO의 민낯···투자금 회수 어렵다

합의 알고리즘 및 기술 내용 빠진 백서로 프리세일·IEO 진행…투자자들, 싸이월드에 책임 묻기 어려워

"ICO 자금, 운영주체인 영리법인과 분리해 보관하는 법률 개정 필요"목소리도 나와

/출처=싸이월드 캡처

지난 11일 싸이월드 도메인이 만료돼 운영을 서비스 운영을 종료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다수는 쌓아왔던 추억의 사진, 방명록 등이 없어진다는 데 아쉬워했지만 싸이월드가 발행한 암호화폐 ‘클링’의 투자자들은 손실을 걱정했다. 싸이월드는 클링의 유일한 사용처가 될 예정이었다. 운영을 종료한다면 클링은 가치를 잃고 휴짓조각이 될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싸이월드는 도메인 소유권을 1년 연장했다. 사용 기간은 내년 11월 12일까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사업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홈페이지 첫 화면 접속은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로그인, 비밀번호 찾기 등 일부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한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실현 가능성 떨어지는 클링 프로젝트
싸이월드 접속이 가능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클링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ICO 당시 약속한 계획을 실현할 여력이 없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클링 백서에 따르면 싸이월드는 암호화폐와 동명의 퍼블릭 메인넷인 클링을 구축하고 사용자가 자신의 소셜 그래프를 직접 소유 및 사용하게 할 계획이었다.

또 사회적 영향력 지수(SIP)를 만들어 활동량과 비례하는 보상을 제공하는 토큰 이코노미를 제시했다. SIP에 따라 보상량이 결정되기 때문에 어뷰징(Abusing)을 줄이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첫 구상이었다. 보상으로 지급하는 ‘코코넛’은 차후에 클링으로 교환해 거래소에서 현금화하는 구조다. 10년에 걸쳐 클링 월평균 사용자(MAU)가 650만 명에서 9,0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IEO로 최소 6억 원 모은 싸이월드
클링 총발행량은 100억 개다. 그중 절반인 50억 개는 대중에게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토큰 판매로 얻은 자금은 개발비 40%, 마케팅 15%, 운영개선 15%, 법률 5%, 외부 전문가 5%로 나눠 운영에 보탤 계획이었다. 나머지 20%는 자금 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충당하는 데 사용하기로 돼 있다.

싸이월드는 클링 프리세일을 마친 후 네 차례에 거친 IEO도 진행했다. 코인제스트에서 개당 20원씩, 총 2,422만 8,595개를 판매해 4억 8,457만 원을 조달했다. 이어 2월 프로비트에서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50만 개, 570만 개를 판매했고 총 1억 6,400만 원 상당을 모았다. 이후 비트소닉에서도 IEO를 진행했다. 비트소닉에서의 구체적인 판매 규모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클링은 지난 네 번의 IEO로 최소 6억 5,000만 원을 모은 셈이다.

“투자 손실 시 법적 책임 묻기 어려울 수도”
억대 투자금을 모았지만 프로젝트를 계속 이끌고 가기에 싸이월드는 역부족이었다. 박주현 법률사무소 황금률 대표변호사(대한변협 IT블록체인특별위원회 대외협력기획위원장)은 “처음 클링을 발행한 의도가 중요하다”며 “클링 ICO를 싸이월드를 운영하기 위해 진행한 것이라면 싸이월드가 운영을 종료하더라도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싸이월드 측에서 사업을 운영할 수 없음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ICO를 진행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발행 의도 부분은 회사 내부자가 아니면 자세한 정황을 알기 힘들다는 게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원래 투자로 인한 손실은 투자자가 감당해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ICO 관련해서는 제도적으로 정비된 게 없어 어느 정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ICO 진행 자체를 문제로 삼아볼 수는 있다. 박 변호사는 “클링은 사실상 싸이월드의 리버스 ICO”라며 “정부는 형식을 불문하고 모든 ICO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ICO 자체가 잘못됐다고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과거의 명성에 기댄 리버스 ICO, 역량은 미달…대책 절실
싸이월드의 역량 부족은 클링 백서에서도 보여진다. 설계 계획 중 합의 프로토콜과 기타 주요 기능은 ‘유보상태’라고 나와 있다. 기초적인 기술 내용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투자금을 모집한 셈이다. 블록체인 구축을 위해 업무 협약(MOU)을 맺었던 글로스퍼와도 관계도 끊어졌다. 글로스퍼 관계자는 “양해각서(MOU)를 통해 암호화폐 발행과 블록체인 컨설팅을 맡기로 했었다”며 “실제 계약단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클링 토큰이 발행된 것으로 미뤄봐 다른 곳과 계약을 체결한 게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외부 기업에게 토큰 발행을 맡긴 것으로 보아 내부에는 개발 인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싸이월드·클링 사태를 겪으며 ‘ICO 조달 자금 보관 방식 관리 규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TEK&LAW 부문장)는 “스위스 등 국가의 규제 당국은 별도의 재단법인을 만들어 ICO 금액을 소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ICO 진행 주체인 영리법인이 이 자금을 소유하며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ICO로 모은 자금은 고객과 약속이 걸린 자산”이라며 “때문에 이를 단순 회사 운영에 모두 쓰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구 변호사는 “클링 블록체인의 소유권이 싸이월드에 있다면 자산으로서 타인에게 양도가 가능하다”며 “이번 사태로 완벽한 퍼블릭 블록체인을 구축하기 전 ICO 주체가 부도가 난다면 프로젝트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벌집계좌를 사용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 등에서도 고객 예치금과 회사 자금이 한 법인 계좌에 함께 보관되는 등 업계에 싸이월드와 비슷한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재무회계 투명성과 바람직한 자율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윤주기자 daisyroh@decenter.kr

노윤주 기자
yjr0906@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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