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디오 게임 기업 블리자드가 홍콩 시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게이머에 내렸던 징계를 완화했다.
1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블리자드는 홍콩 출신 게이머 블리츠청(청응와이)의 출전 정지 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줄이고, 몰수했던 상금을 돌려주기로 했다. 앞서 블리자드는 지난 9일(현지시간) 홍콩 출신 게이머 블리츠청(청응와이)에 대회규칙 위반을 근거로 대회 출전 1년 정지, 상금 몰수 등 징계를 내렸다. 블리츠청이 온라인 게임 ‘하스스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홍콩 해방, 우리 시대의 혁명”이라 외치며 홍콩 시위를 지지했다는 게 이유다. 이에 전 세계 게이머와 팬들은 징계에 반발하며 보이콧(불매운동)을 벌였고, 블리자드가 징계 수준을 낮추는 데에 영향을 끼쳤다.
블리자드의 징계 완화에는 팬들의 보이콧만이 영향을 끼친 게 아니다. 하스스톤과 비슷한 형태의 카드 게임이자 블록체인 기반 게임인 ‘갓즈 언체인드(Gods Unchained)’가 징계에 대해 보인 반응은 크게 화제가 됐다.
갓즈 언체인드는 트위터를 통해 “블리츠청이 몰수당한 상금을 우리가 대신 돌려줄 것이며, 그에게 우리 토너먼트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티켓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 어떤 플레이어도 개인적인 믿음 때문에 징계를 받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행보는 갓즈 언체인드가 인지도를 얻는 데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반 게임의 장점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블록체인 기술의 탈중앙화 네트워크 및 투명성에 따라,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는 게이머를 검열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한 것이다. 또 게이머의 자산도 함부로 몰수할 수 없다.
갓즈 언체인드는 “블리자드는 이번 징계로 중앙화된 기업이 게이머를 검열하고 착취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오픈 마켓을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 게임에선 개발사가 게이머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게이머의 자산을 빼앗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게이머의 자산이 모두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개발사의 권한으로 자산을 통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비디오 게임 전문매체 스피엘타임즈(Spiel Times)는 “갓즈 언체인드의 행보는 블리자드가 ‘평등’을 무너뜨리면서도 언제까지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한다”고 밝혔다. 게이머 개개인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시장을 이끌어갈 수는 없다는 의미다.
호주 경제 매체 파인더(Finder)도 이번 사례를 들어 게이머의 자산 소유권, 게임의 검열 저항성 등 블록체인 기반 게임의 장점을 설명했다. 파인더는 “하스스톤 내 카드는 블리자드 서버에 귀속되지만, 갓즈 언체인드의 카드는 게이머에 귀속되고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저장된다”며 “게이머는 카드에 대한 소유권을 온전히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갓즈 언체인드는 디앱닷컴 기준 게임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2위, 이더리움 게임 디앱 중에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디앱닷컴의 순위는 24시간 동안의 이용자 수와 거래량을 근거로 책정된다. 갓즈 언체인드 개발사인 이뮤터블(Immutable)은 지난달 말 1,500만 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 hyun@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