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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블록체인 업계에도 ‘마켓 크리에이터’가 등장할까


막대한 수익을 내는 글로벌 대기업의 공통점은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도모한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장 자체를 만들어냈다는 데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제 시장을, 애플이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시장을, 아마존이 온라인 유통 시장을 만들어낸 것처럼. 지난 2016년 출간된 경제학 도서 <시장을 만드는 사람들>에는 이런 기업들을 통칭하는 ‘마켓 크리에이터(Market Creator)’란 단어가 나온다. 이는 세상에 없던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사람 혹은 기업을 뜻한다.

넓은 의미에서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새로운 마켓이다. 하지만 아직 이 업계에는 이렇다 할 마켓 크리에이터가 없다. 기술이 혁신적임에도 이 기술로 유의미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한 사례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업계 종사자들은 여전히 블록체인의 ‘매스 어댑션(Mass Adoption, 대중적 수용)’을 바라고 킬러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을 고대한다.

노드도 디앱도 직접 구한다…‘탈중앙 + 중앙’
마켓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한 경쟁은 물밑에서 치열하다. 과거 블록체인 플랫폼 프로젝트는 빠른 속도와 확장성을 목표로 한 플랫폼을 구현한 뒤, 깃허브에 기술 코드를 올려놓고 디앱 개발 팀의 합류를 기다렸다. 또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을 선보인 후 노드가 찾아오길 원했다. 그러나 좀체 플랫폼 생태계는 커지지 않았다.



최근 몇몇 플랫폼 프로젝트는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유닛 그라운드X는 플랫폼 클래이튼(Klaytn)을 구축한 이후 직접 노드와 디앱 파트너를 찾아 나섰다. 이어 그라운드X는 암호화폐 지갑, 거래소, 블록체인 분석 사이트 운영사에 이르는 ‘생태계 파트너’까지 직접 챙기고 있다. 클레이튼과 암호화폐 KLAY의 생태계 확장을 도울 수 있는 기업이라면 모조리 ‘파트너’로 묶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최초로 토큰 세일 허가를 받은 블록스택(Blockstack)도 한 달에 한 번씩 디앱 개발 팀에게 직접 보상을 지급한다. 탈중앙화 가치를 기반으로 둔 블록체인 업계에서 중앙화된 전략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효과는 있다. 기술력으로 관심을 모았던 테조스(Tezos)와 같은 플랫폼보다 클레이튼이 더 많은 디앱을 확보해 가고 있다. 특이한 거버넌스 구조나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카카오의 브랜드 덕도 있지만, 플랫폼 운영사가 직접 발 벗고 파트너를 구한 영향이 컸다. 디앱 파트너가 늘자 유명 암호화폐 거래소와 지갑 업체도 생태계 안으로 들어온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도 클레이튼 노드를 운영하겠다고 나섰다. 생태계 확장은 암호화폐 수요를 늘리고, 이는 수익으로 이어진다.

중앙화 프로젝트가 마켓 크리에이터가 될까?
이런 중앙화 모델이 블록체인 산업의 ‘마켓’이 될까. 그동안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사들은 개발 및 운영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했고, 대부분 재단 체제로 운영되는 탓에 제대로 수익을 추구하지도 못했다. 사실상 그들의 유일한 수입원은 암호화폐 발행이다. 따라서 암호화폐 수요를 창출하는 마케팅 방식은 수익모델, 더 나아가 유의미한 마켓으로 진화할 수 있다.

다만 블록체인 업계에는 절대 탈중앙화를 포기해서 안 된다는 주장이 늘 존재한다. 대부분 디앱의 목표도 중개자를 없애는 탈중앙화를 통해 최종 거래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다. 따라서 중앙화된 시장을 형성하려면 탈중앙화를 부분적으로 포기하고도 블록체인 기술이 가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마케팅 방식은 중앙화일지라도 궁극적으로는 탈중앙화를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시장을 만드는 사람들>의 부제목은 다음과 같다. ‘모두가 아니라고 말하는 그곳에 기회가 있다’. 블록체인 업계 모두가 ‘아니라고 말하는’ 중앙화 모델을 채택하면서 마켓을 만들 수 있을지, 플랫폼 개발사들의 행보를 지켜봐야겠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박현영 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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