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 발행을 앞두고 있다. 발행 시기가 다가오며 일각에서는 정부가 개개인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게 아니냐며 ‘빅브라더’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개인정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CBDC 대신 ‘DCEP’ 용어 채택…일반 시민들도 사용한다
중국 인민은행은 CBDC가 아닌 DCEP라는 새로운 용어를 선택했다. 이는 디지털화폐(Digital Currency)와 전자지불(Electronic Payment)의 합성어다. 최근 중국 디지털자산연구원(CIDA)은 ‘인민폐 3.0’ 보고서를 발표했다. 현지 블록체인 업계는 이 보고서가 사실상 중국 DCEP의 백서라고 인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도 이 보고서를 토대로 DCEP를 소개한다는 게 한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DCEP는 2단계 구조를 채택했다. 중앙은행이 상업은행에게 디지털화폐를 발행하고, 상업은행이 이를 일반 고객에게 재전달하는 도매 방식이다. DCEP는 M0의 속성을 가지고 있어, 각 상업은행은 지급준비율 100%를 유지해야 한다.
시민들은 은행 인터넷뱅킹 앱 등을 통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현금을 DCEP로 바꿀 수 있다. 소액이라면 은행 계좌가 없더라도 인민은행이 제공하는 지갑 앱을 통해 DCEP를 사용할 수 있다. 은행을 통하면 DCEP를 다시 종이 지폐로 바꿀 수 있다. 중국은 뱅크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환전 한도를 설정할 계획이다. 대규모 환전 고객을 위한 사전 예약 서비스를 내놓을 가능성도 높다. 즉 상업은행의 역할은 DCEP 예금 관리 및 환전이다. 대출 등 DCEP를 이용한 금융상품은 출시할 수 없다.
DCEP라는 용어에서부터 중국정부가 이를 이용해 지불결제 분야를 키울 계획임을 알 수 있다. 결제 요청이 떨어지면 DCEP 전자지갑은 온라인 공인인증서에 해당하는 ‘CA 인증’을 통해 디지털 서명을 하고, 결제를 승인한다. 이후 결제가 됐다는 내용을 시스템에 전송하면 결제가 완료되는 방식이다. 지갑과 연동된 실물 IC 카드를 발급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카드는 예금 체크카드와 동일한 역할을 할 예정이다. 현금인출기를 이용하거나 오프라인 결제를 할 수 있다.
DCEP 사용하면 일반 시민 자금 흐름 추적 가능해진다…中 “블록체인으로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는 DCEP를 사용하면 중앙은행이 일반 시민의 자금 흐름과 소비 활동을 모두 추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제한된 익명성’ 규정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은 사용자 신원정보, 거래 상대방 및 거래 금액 등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각 상업은행은 사용자 신원정보에 대한 접근만 가능하도록 차별하는 개념이다. 즉 인민은행은 모든 정보를 추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빅브라더’ 논란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DCEP에 블록체인 및 스마트 컨트랙트를 적용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거래 상대방의 지갑 주소가 유효한 주소로 검증될 경우 그 즉시 상대방의 지갑 주소를 새로운 주소로 갱신한다. 이 새로운 주소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저장한다. 거래 당사자들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실제로 체감하지는 못한다. 시스템상에서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 사용에는 방해를 주지 않는다. 이렇게 주소를 갱신할 경우 거래 상대방이 누구인지 제삼자는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CIDA는 “중샤신용카드산업발전유한공사 산하 자회사 두 곳이 제출한 특허 10건 중 6건이 블록체인 관련”이라며 “DCEP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들이 제출한 특허 내용은 △디지털 화폐에 사용될 블록체인 △디지털 화폐 지갑 주소 관리 △거래정보 감독 △디지털 수표 관리 등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적용하더라도 인민은행은 모든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인민은행은 블록체인에 담긴 거래 정보를 모니터링할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보에는 거래 참여자와 승인자, 암호화된 내역 등이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개인정보 문제가 불거질 경우 비트코인이 탄생한 것처럼 새로운 형식의 화폐가 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명활 KIF 선임연구위원은 “지금도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소비 정보가 은행으로 넘어간다”며 “정보 전송을 개의치 않는 사람들은 DCEP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에는 실물화폐가 완전히 없어져 DCEP만 남아 모든 자금의 흐름을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중앙은행이 정보를 수집할 수 없는 익명성 보장 형태의 디지털 화폐가 등장할 수 있다”며 “중국은 정보 수집 목적으로 DCEP를 발행하는 것으로 보이나, 스웨덴 등 국가에서는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된 디지털 화폐를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윤주기자 daisyroh@decenter.kr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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