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는 불편한 사용자 환경이다. 게임을 한번 즐기기 위해 보통 10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개발사도 고민이 있다. 서비스 규모가 커질수록 내야하는 메인넷 수수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대중채택(Mass Adoption)이 늦어지는 이유다.
최근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들이 새로운 메인넷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물망에 오른 플랫폼으로는 △왁스(World Asset eXchange, WaX) △클레이튼 사이프러스(Cypress) △위메이드트리 위믹스 네트워크(Wemix Network) 등이다. 해당 메인넷들은 개선된 사용자 경험(UX)과 저렴한 수수료 등으로 개발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유명 디앱이 이오스 플랫폼을 떠나고 있다. 지난 4일 이오스 디앱 랭킹 상위권을 유지하던 경제 전략게임 ‘탐사자(Prospectors)’가 WAX 플랫폼에 새롭게 둥지를 틀며 새로운 토지(Land)를 출시했다. 10일에는 기술적으로 가장 진보한 이오스 디앱이란 평가를 받았던 겜블 디앱 ‘언벳(Earn bet)’이 WAX로의 이전을 확정했다. 이외에도 TCG 장르 게임 ‘스프린터랜즈(Splinterlands)’가 WAX를 택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의 클레이튼 메인넷 사이프러스가 러브콜을 받고 있다. 스카이피플처럼 기존 게임 사업을 진행해왔던 파트너 외에도 △이오스 나이츠 제작사 ‘비스킷’ △크립토레전드 개발사 ‘위니플’ △인피니티스타의 ‘노드브릭’ 등 다수가 클레이튼 파트너로 합류했다.
언벳은 블로그를 통해 “한때 ‘모든 사람을 위한 무료 거래’를 표방하던 EOS 거래 수수료는 이제 BTC의 수수료도 능가한다”며 “CPU 가격 폭등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 베팅가를 2달러로 높여 베팅량을 줄이고자 했지만, 이는 대중채택을 꿈꿔왔던 우리의 사업방향과 맞지 않았다”고 전했다.
블록체인 RPG 게임 ‘파이브스타즈’를 출시 예정인 스카이피플도 비용 문제를 고려해 클레이튼을 택했다. 클레이튼은 ‘기여증명(Proof of Contribution, PoC)’라는 리워드 형식의 보상 정책을 운영한다. 클레이튼 생태계에서 트랜잭션을 발생시킨 수에 따라 암호화폐 KLAY를 보상하는 형식이다. 스카이피플 박경재 대표는 “개발사 입장에서 메인넷 수수료가 적잖은 부담이 된다”며 “클레이튼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자체적인 트랜잭션 보상 정책으로 부담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WAX는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 다수의 유저들이 사용하고 있는 범용 로그인 시스템을 활용해 블록체인 가입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범용 로그인을 활용하면 일반 앱을 사용하는 것처럼 디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플랫폼에서 NFT 거래 마켓인 ‘WAX 익스프레스 트레이드(ExpressTrade)’를 제공한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오픈시(Opensea)‘의 온체인 버전인 셈이다.
국내 메인넷에서도 진입 단계를 간소화시키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지난 11월 진행된 위메이드트리의 ‘위믹스 네트워크’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김석환 대표는 “개인 지갑을 백그라운드에 깔고 인증 ID를 지갑에 적용해 유저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UX 진입 장벽이 일반적인 앱 수준으로 낮아지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WAX로 보금자리를 옮긴 언뱃은 기존 EOS 버전을 계속해서 지원한다고 밝혔다. 언벳 마크(Mark) 담당자는 AMA(Ask Me Anything)를 통해 “비록 메인넷이 완벽하진 않더라도 우리는 EOS를 지원할 것이며, EOSIO의 시스터 체인으로 이동할 계획”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저들에게 최고의 UX를 선사하는 것이므로 어떤 블록체인에 속해있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이슈가 아니”라고 밝혔다.
/조재석기자 cho@decenter.kr
- 조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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