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빗썸 코인’으로 알려진 BXA 토큰 구매자들이 김병건 BK그룹 회장과 이정훈 빗썸 고문(전 아이템매니아 대표)을 상대로 형사소송을 진행한다. 김 회장은 BXA 발행사인 BTHMB홀딩스를 이끌었으며, 이 고문은 BTHMB홀딩스의 최상위 최대 주주다.
13일 법무법인 오킴스는 김 회장과 이 고문이 BXA 발행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60여 명의 토큰 구매자들을 대리해 사기죄로 형사 고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BXA 구매자들은 BXA가 실제 빗썸이 발행한 암호화폐가 아님에도 불구, BTHMB홀딩스가 BXA를 빗썸의 거래소 토큰인 것처럼 믿게끔 기망해 판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 참여자들이 주장하는 피해액은 78억 원에 달한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이달 말까지 추가 피해자를 모집하고 고소 및 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빗썸 중심의 거래소 연합을 구축하기 위한 BTHMB홀딩스의 첫 단추는 ‘빗썸 인수’였다. BTHMB홀딩스는 지난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홀딩스를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세 차례에 걸쳐 인수대금을 분할 지급했다. 그러나 끝내 2,700억 원에 달하는 잔금을 납입하지 못했고 인수 시도는 무산됐다.
이에 거래소 연합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인수가 어렵다는 소식이 퍼지면서부터 폭락하기 시작한 BXA 가격은 현재 프라이빗 세일 가격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인수가 완전히 무산된 지금은 반등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거래소 연합이 생길 수 없다면 앞으로 BXA가 쓰일 가능성도 낮다.
이는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다. 민사소송의 경우 오렌지블록과의 직접 계약이 아닌 총판을 통한 간접 계약으로 투자한 경우가 많아 법적 책임을 다투기 어렵다. 때문에 BXA 구매자들은 BTHMB홀딩스 책임자들을 형사상 사기죄로 의율할 수 있다고 보고 형사소송을 택했다.
빗썸의 공지 및 이벤트도 영향을 줬다. 지난 1월 빗썸은 공지를 통해 “BXA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BXA의 최초 상장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이 공지는 삭제된 상태다. 또 빗썸은 블록체인 기업 원루트의 암호화폐 RNT 보유자들을 대상으로 BXA 에어드랍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원루트는 BTHMB홀딩스와 협약을 맺고 BXA에 블록체인 기술을 지원하기로 했던 회사다. 현재 빗썸은 “BXA는 BTHMB홀딩스가 발행한 토큰으로 빗썸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싱가포르기업청(ACRA)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BTHMB홀딩스의 최대주주는 SG브레인테크놀로지로 지분 95.8%를 보유하고 있다. 이 SG브레인테크놀로지의 주요 주주가 이정훈 고문과 김병건 회장의 SG BK그룹이다. 이 둘은 각각 주식 4만 9,997주(49.997%)와 4만 9,991주(49.991%)를 보유하고 있다. 디센터는 지난 26일 이 고문과 김 회장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김모 씨(10주, 0.01% 지분 보유)가 이 고문 지인임을 보도한 바 있다. 현재 투자자들은 BTHMB홀딩스의 실질 소유자는 이 고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BXA 구매자들은 BTHMB홀딩스의 임원진에 대해서도 사기죄로 고소를 진행한다. 김병건 회장이 BTHMB홀딩스 이사직에서 사퇴했음에도 그러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김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을 믿은 BXA 구매자들을 기망했다는 주장이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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