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직원까지 신경 쓰면서 암호화폐를 거래해야 하는 현실이다. 최근 경찰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A사의 ‘회장’이 직원을 폭행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 거래소에서 벌어진 일이다.
폭행도 충격적인데, 그보다 더 놀라운 건 폭행 이유다. 직원이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암호화폐 거래에서 2,000만 원 상당의 이득을 취한 게 폭행 이유였다. 어떤 이유에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폭행 사건을 통해 드러난 내부 직원의 행위 또한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었다. 거래소 직원은 암호화폐 시장 정보에 누구보다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에 일부 거래소에서는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상장 정보를 극소수 직원끼리만 공유하거나, 직원의 암호화폐 거래 행위를 금지하기도 한다.
오랜 역사 동안 규제의 틀이 단단히 잡힌 주식 거래소에선 비공개 정보를 악용한 수익 창출을 적극적으로 감시하며, 또 적발 시 강력히 처벌한다. 그러나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규정은 없다시피 한다. 배타적인 정보를 보유한 사람들의 도덕성에 크게 기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폭행 혐의를 받는 회장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을까?’라는 의심이 생기기도 한다. 실제로 폭행 사건이 드러난 이후 A 거래소의 회장과 대표이사 그리고 사내이사 등 임원진들은 사전자기록 위작·행사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자전거래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량을 부풀렸다는 신고가 있었고,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내부 직원의 모럴 해저드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대형 거래소 빗썸에서 논란이 일었다. 프라이빗 키 도난으로 이오스(EOS) 300만 개가 탈취된 것. 빗썸은 이 도난 사건을 외부가 아닌 내부 침입으로 봤다. 당시 빗썸은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회사에 불만을 품었거나, 퇴직하면서 한 몫을 노린 직원이 EOS 도난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 2월에는 소형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빈이 파산을 선언했다. 법원은 11월 이들의 파산 신청을 받아들였다. 코인빈의 파산 이유도 내부 직원의 모럴 해저드 때문이다. 코인빈의 전신은 야피존과 유빗이다. 야피존은 지난 2017년 4월 55억 원 규모의 해킹 피해를 당해 거래소 이름을 유빗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지난 6개월 만에 또 해킹으로 15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도난당한 바 있다. 이후 코인빈이 유빗을 양수받아 거래소를 운영해 왔다.
유빗 창업자인 이 모 씨는 코인빈에서 운영본부장을 맡아 암호화폐 지갑 관리와 같은 주요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이 모 씨는 비트코인(BTC) 600개가 들어 있는 전자 지갑에서 하드 월렛인 렛저로 비트코인 80개를 이동시켰고, 이 과정에서 프라이빗 키가 적혀 있는 종이 지갑을 분실했다. 결국, 남아 있던 비트코인 520개는 찾을 수 없게 돼 코인빈 파산을 야기했다. 4만 명에 달하는 코인빈 사용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투자자들은 자신이 이용하는 거래소를 믿을 수밖에 없다. 위 사례들처럼 해커도 아닌 내부 거래자의 모럴 해저드는 투자자들의 믿음을 배신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투자자의 믿음과 자산이 관계자들의 모럴 해저드로 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거래소 내·외부의 관련 규정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노윤주기자 daisyroh@decenter.kr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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