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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구매대행사 압수수색해 ‘박사방 명단’ 확보···암호화폐 거래소도 수사 협조

가입자들, 추적 어려운 모네로 썼지만 구매 대행 써서 꼬리 잡혀

모네로 거래되는 국내 거래소는 빗썸…빗썸도 수사 협조 중

비트코인 이용한 가입자 더 많을 듯…거래소들 "수사 협조하겠다"

/셔터스톡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텔레그램 ‘박사방’ 가입자 일부의 명단을 확보한 곳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아닌 암호화폐 구매 대행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디센터 취재 결과 이 업체가 파악한 가입자는 100여 명 정도다. 나머지 유료 가입자들은 거래소를 통해 박사에게 직접 암호화폐를 보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암호화폐 거래소의 적극적인 수사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며, 거래소들은 대부분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사방 가입자들, 추적 어려운 ‘모네로’ 썼지만, 구매 대행 써서 걸렸다
지난 23일 다수 언론은 경찰이 지난 20일 암호화폐 거래소를 압수수색했으며, 박사방 관련 거래내역 2,000여 건과 해당 거래를 한 회원 명단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압수수색이 진행된 곳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아닌 암호화폐 구매 대행업체 B사다. 거래소에 비해 이용자가 적고, 업체가 암호화폐 구매 및 송금도 대신하기 때문에 명단 파악이 비교적 쉬웠던 것으로 보인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은 암호화폐를 쓸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구매 대행업체 B사를 이용할 것을 권장했다. 암호화폐 구매를 대행해주는 업체들은 여럿 있지만, 조주빈이 B사를 택한 이유는 모네로 구매를 대행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B사 관계자는 디센터에 “우리를 통해 박사에게 송금된 암호화폐는 대부분 모네로였으며, 연관된 회원은 100명 정도”라고 밝혔다. 또 “모네로 외에 이더리움 구매 대행을 맡긴 박사방 가입자도 있다”고 전했다.



조주빈은 비트코인(BTC), 모네로(XMR), 이더리움(ETH)으로 박사방 가입비를 받은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됐다. 이 중 모네로는 다른 암호화폐에 비해 익명성이 강화된 일명 ‘다크코인’이다. 블록체인 상에서 거래내역과 거래 지갑 주소를 볼 수 있는 대부분 암호화폐와 달리, 모네로는 지갑 주소와 거래 금액 모두를 볼 수 없게 돼 있다. 한 마디로 추적이 어렵다. 조주빈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대중적인 암호화폐 외에 모네로를 받은 이유다.

모네로가 익명성이 강화된 암호화폐임에도, 박사방으로 모네로를 보낸 가입자 100여 명을 파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B사가 구매 대행업체이기 때문이다. 박사방 가입자가 거래소에서 직접 모네로를 산 뒤 보냈다면 송금액 및 송금 지갑 주소를 바로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장병국 크립토퀀트 CSO는 “거래소의 출금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해 박사방 가입비에 준하는 모네로가 출금된 내역을 추리고, 그중 가입자를 가려내는 우회적 방식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거래소와 달리, 구매 대행업체는 이용자가 직접 ‘얼마어치’ 모네로를 송금해달라고 신청하기 때문에 명단 파악이 쉽다. B사 관계자는 “신청 액수가 박사방 가입비 70만 원인 회원들이 많았다”며 “이 액수를 통해 박사방 가입자들을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구매 대행을 신청한 회원 중 (모네로를) 박사방으로 보내겠다고 직접 밝힌 사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B사에 구매 대행을 신청하려면 ‘구매 목적’을 기재해야 한다. 이 목적이 박사방과 연관된 회원들이 있었을 것으로 파악된다.

조주빈에 ‘모네로’ 보낸 가입자, 대부분 잡을 수 있을 듯
B사를 통해 명단이 어느 정도 확보됐지만, 모네로를 보낸 모든 사람이 B사의 구매 대행을 이용한 건 아니다. 거래소에서 모네로를 구매해 박사에게 전송한 사람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국내에서 모네로가 상장된 거래소가 사실상 빗썸뿐이라는 것이다. 모네로는 국내 거래소 빗썸과 후오비코리아에 상장돼있지만, 후오비코리아에서의 거래대금은 24일 기준 0원이다. 사실상 모든 거래가 빗썸에서 이뤄진다. 빗썸이 수사기관에 협조하면 우회적으로라도 모네로를 보낸 가입자들을 대부분 추적할 수 있다. 빗썸 측은 “경찰의 협조 요청 공문을 받았으며, 수사에 적극 협조 중”이라고 밝혔다. 회원 명단을 넘겼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따라서 경찰은 박사에게 모네로를 보낼 수 있는 가장 큰 두 가지 루트를 잡았다. 다만 해외 거래소라는 변수는 여전히 존재한다. 국내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를 직접 구매할 줄 몰라 구매 대행까지 썼다는 건 (가입자 중)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라며 “해외 거래소보다는 빗썸처럼 쓰기 편한 국내 유명 거래소를 이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비트코인’ 보낸 가입자들 잡아야… 주요 거래소들 “적극 수사 협조한다”
모네로는 비트코인에 비해 접근성이 낮으므로 나머지 가입자들은 대중적인 비트코인을 사용했을 확률이 높다. 구매 대행업체 B사 관계자에 따르면 B사를 통해 송금된 암호화폐는 모네로와 이더리움이다. 비트코인으로 송금한 대부분의 박사방 가입자들은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산 뒤 박사에게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

비트코인은 거래내역과 지갑 주소를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모네로보다 명단 파악이 쉽다. 거래소는 회원 정보를 갖고 있으므로 박사에게 비트코인을 보낸 지갑 주소만 알면 박사방 가입자를 추릴 수 있다.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산 뒤 개인 지갑으로 보내고, 개인 지갑에서 박사에게 전송한 경우에도 추적 솔루션을 사용하면 가입자를 추적할 수 있다.

출처=코인원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거래소들은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코인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코인원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수사 협조 요청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그 어떤 자금도 익명으로 거래되지 않도록 하는게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의 의무”라고 밝혔다. 후오비코리아 측도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 동참하겠다”며 “향후 이 같은 내용을 공지사항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박현영 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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