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기획재정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전문 투자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과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과세 방안에 따르면 납세의무자는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 내에 암호화폐 거래로 발생한 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직접 납부해야 한다. 개인이 암호화폐 거래 이익을 신고하면 당국은 필요한 경우 해당 내역의 진위 여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이뤄진 거래는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된다. 반면 해외 거래소의 경우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내역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국내 거래소 이용자가 해외로 옮겨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국내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그런 걱정이 있지만 거래소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준비해야 할 부분을 좀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암호화폐에 과세하는 것은 글로벌 추세”라며 “없던 규제가 생기니 강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해외 거래소로 당장 옮겨갈 것이라고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최종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판단할 수 있다는 것. 또 다른 국내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사용자가 해외 거래소로 옮겨갈 것이란 부분에 대해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소형 거래소에서는 거래 소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토로했다. 한 관계자는 “특금법 준비에 바쁜 중소형 거래소 입장에선 과세 자료 시스템 구축이라는 부담이 하나 더 늘었다”고 전했다. 과세 자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향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부분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더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도 “거래소끼리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준과 시스템이 나와야 과세형평성이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로 옮겨가도 당국에서 협조를 구해서 과세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협조를 안 하는 해외 거래소는 국내에서 불법사이트로 간주해 접속을 차단하는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의 신고 과정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비교적 과정이 수월한 국내 거래소로 투자자가 옮겨갈 것이란 주장에 대해선 의문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굳이 세금을 잘 납부하기 위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다가) 국내 거래소로 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단순히 세금 시스템 때문에 국내 거래소로 옮기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암호화폐 전문 투자자는 “법이 시행되기 전에 현금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 투자자 역시 “오랫동안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이 법 시행 전에 수익 실현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과세방안이 투자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며 “세금을 내면 제도권에서 보호도 해줘야 하는데 세금만 받겠다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암호화폐도 다른 자산처럼 세금을 내게 됐으니, 투자자 보호 조치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만약에 탈중앙화 거래소를 이용하면 세금을 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정확하게 세금을 산정하기 어려워 당국에서 최고세율로 세금을 물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선 주식과 비교해 불공정하다는 반응이 많다. 암호화폐 정의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과세 안부터 만들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비슷한 내용의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2020세법 개정안’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은 5,000만원으로 완화됐다. 당초 계획은 1년에 2,000만원 넘게 벌면 최고 25%세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것이었지만 투자자 반발이 심해지자 비과세 한도가 완화된 것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거래 소득에 대한 비과세 한도는 250만원에 불과하다. 이 같은 차별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에는 현재 1만 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 의사를 밝혔다.
블록체인 분야 내 각 영역에 대해 합리적 과세안을 내달라는 국민 청원도 올라왔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동의하지만 “블록체인에는 암호화폐 투자 외에도 마이닝, 디파이 등 영역이 존재한다”며 “이런 것들을 파악하고 과세 안을 만들었는지 의문”이라는 주장이다.
/도예리 기자 yeri.do@,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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