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기술은 우리 사회의 소통 방법을 바꿔놨습니다. 그 중심에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가 있죠. 크리에이터와 구독자 사이의 모든 관계가 숫자(데이터)로 표시될 때, 인플루언서들은 어떤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할까요? 또, 그 숫자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기술과 데이터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창조하는 자, 인플루언서 본인일 것입니다. 디센터는 우리 생활에 자리 잡은 인플루언서가 어떻게 탄생하고, 성장하는 지, 기술이 어떤 역할을 하는 지, 현장에서 활동 중인 인플루언서 인터뷰를 통해 집중 조명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크리에이터 전성시대다.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 3위가 '유튜버'란다. 퇴사 후 유튜버로 전향을 꿈꾸는 직장인도 많다.
모두가 꿈꾸는 직업인 만큼 성공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시장에 일찍 뛰어든 메가급 크리에이터들과 탄탄한 인지도의 연예인 유튜버들 사이에서 신인이 두각을 드러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의 무기는 자기 자신, 참신한 콘텐츠, 그리고 숫자로 표시되는 구독자들의 반응에 대한 정확한 대응이다.
레드오션 속에서도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신인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디센터는 성장하는 뷰티유튜버 제이시(JAYCEE)를 만났다. 그에게서 인플루언서의 탄생 비화를 들었다.
그에게 가장 의미 있는 첫번째 숫자는 역시 구독자다. 첫 영상을 올린지 이제 막 1년이 지난 제이시의 구독자는 4만 8,000여 명. 히트를 친 '동안 메이크업' 영상 조회수는 23만 회를 돌파했다.
제이시는 소속 MCN 아이스크리에이티브의 김은하 대표 제안을 받아 전업 크리에이터 일을 시작했다. 이전에는 유명 색조 메이크업 브랜드에서 매장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근무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메이크업을 좋아했다는 제이시는 대학교 재학 당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메이크업 사진을 올렸다. "어떤 제품을 사용했냐"는 문의 댓글이 속속 달렸다. 게시물과 함께 팔로워도 2만 명까지 늘어났다. 김 대표는 인스타그램 기반으로 성장하던 제이시를 눈여겨보고 크리에이터 활동을 제안했다.
제이시는 1년 넘게 크리에이터 전향을 고민했다. 고정적 수입이 있는 직장을 그만두고, 성공을 점치기 어려운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기 쉽지 않았다. 긴 고민과 김 대표의 설득 끝에 "뷰티 팁을 공유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크리에이터의 길을 선택했다.
지금도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초반에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도 했다. 이 때 제이시는 구독자, 조회수 등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반응을 표시하는 숫자들에 일희일비했다. 그는 "구독자가 오르지 않을 때 자신만만하던 모습은 어느새 없어지고, 좌절했었다"며 "조회수 부진, 콘텐츠 구상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숫자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콘텐츠 그 자체를 사랑해야 했다. 그는 크리에이터로 전향을 후회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메이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직장을 다닐 때는 브랜드의 색채 때문에 하고 싶은 메이크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개성보다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메이크업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나서는 원하는 메이크업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직업 때문에 메이크업을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숫자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조금씩 알게 됐다.
구독자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것은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으면서다. 기술이 제이시의 콘텐츠를 선택한 것이다. 제이시는 "초반 10개 영상을 올릴 때까지는 지인들이 시청해주는 정도가 다였다"며 "그러다 동안 메이크업 영상이 추천 콘텐츠로 노출되면서 시청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동안 메이크업 영상은 알고리즘을 공략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였다. 내 콘텐츠를 기술이나, 알고리즘에 억지로 맞추지 않았다는 뜻이다.
제이시는 "나이가 들수록 조금 더 어려보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며 "(동안 메이크업은)정말 해보고 싶어서, 만들어 보고 싶어서 제작한 콘텐츠"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활동하다 보니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영상이 생겨났다. 다만 아직은 조회수가 일정 수준으로 꾸준하지 않다. 콘텐츠에 따라 적게는 7,000부터 많게는 30만까지 조회수는 천차 만별이다.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들은 이러한 숫자들의 편차를 어떻게 하면 고르게 할 수 있을 지 고민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데이터 분석 등 '기술적 도움'을 받는 것이다.
제이시가 신경을 가장 많이 쓰는 데이터는 기존 구독자와 신규 유입자의 비율이다. 단골(기존 구독자)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콘텐츠를 알고 새롭게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야 한다. 성장 중인 크리에이터에게 신규 유입이 많다는 것은 그린라이트다. 새로운 사람들에게 크리에이터의 이름과 채널의 특색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신규 유입이 있어야만 구독도 있고, 시간과 함께 채널 충성도도 올라간다.
인스타에서 활약했던 제이시지만 인스타에서의 유명세가 유튜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제이시는 "처음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인스타 팔로워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줬었다"며 "다만 지속 시청으로 이어지는 것은 유튜브에서 유입된 시청자들"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가 알려주는 뷰티 크리에이터 제이시
●2019년 12월 '5년은 어려보이는 동안 메이크업' 추천 영상으로 채택
-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콘텐츠 내용과 목적이 명확. 조회수 29만 회
●추천 후 조회수 30배 상승
- 첫 영상 '체리 버건디 메이크업' 조회수 8,110회
- '졸린눈,꼬막눈인 분들 필독 눈, 코, 입술 성형 메이크업', 채널 최고 조회수 89만 회
●신규 유입 시청자 > 기존 구독자
- 신규 유입으로 채널 노출 기회 상승, 성장 중인 루키 크리에이터들에게는 긍정적인 신호
제이시는 MCN이 있어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광고료 협상 등 자칫 껄끄러울 수 있는 부분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며 "편집 교육, 촬영 장비 대여 등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도움으로 조금 더 완성도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며 "향후에는 소속 없이 활동하더라도 초반에 기반을 다지는 데는 회사의 역할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빠르게 성장한 신생 분야인 만큼 부족한 인프라도 많다. 특히 유튜브의 경우 해외에 본사를 둔 기업이기 때문에 채널 운영자가 사측과 소통하기 쉽지 않다. 제이시는 "신규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해석해줬으면 좋겠다"며 "부적절한 콘텐츠에 붙는 '노란딱지' 등 제재 사항에 대한 대처 방안을 모르는 크리에이터가 많은데, 이런 것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이시는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일단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크리에이터는 나이,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직업"이라며 "꼭 전업으로 하지 않아도, 일단 영상을 찍어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완벽하게 시작하고자 하는 욕심에 시작 시기를 늦추면 어느샌가 시간이 지나버리고 만다는 게 제이시의 설명이다. 그 역시 조금 더 빨리 시작할 것이라는 후회 아닌 후회를 하고 있다. 꾸준함도 필요하다. 조회수, 구독자수와 같은 가시적 반응이 없더라도 그 시기를 이겨내고 영상을 올려야 한다.
다만 지금 올리는 영상 콘텐츠가 나와 어울리는 것인지 방향성을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 유튜브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올린 영상에 대한 반응을 데이터로, 대시 보드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조회수도, 구독자도 성장이 없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해 봐야 한다. 제이시 역시 이런 경험이 있다. 그는 "브이로그를 올렸었는데 채널과 어울리지 않고, 뜬금없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조금 더 전문적이고 프로다운 채널의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브이로그는 과감히 삭제했다"고 말했다.
'가지고 있는 메이크업 지식을 모두 알려주는 크리에이터'가 되는 게 제이시의 목표다. 조금 더 나아가서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는 "적어도 3년동안은 기본에 충실해야 하지 않겠냐"며 "약 10년 뒤 나를 신뢰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을 때,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노윤주 기자 daisyroh@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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