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게 ‘공간’이란? 당장 업무를 볼 사무실이다. 수익을 내기 힘든 스타트업에게 임대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스타트업에게 공간은 아이디어의 산실이기도 하다. 다양한 생각을 하는 팀들과 협업을 통해 의외의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엔 이 같은 초창기 기업을 지원하고자 저렴한 임대료로 공간을 내주는 곳이 여러 있다. 사회적 기업,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각기 다른 테마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에게 공간을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업 공간] 시리즈에선 이처럼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공간’의 특성을 다루고자 한다. *편집자 주*
두 번째 편은 ‘AI양재허브’다. AI양재허브 전신은 ‘양재R&CD혁신허브’다. 서울시가 양재 일대를 AI인재와 기업이 밀집한 ‘AI 특화 거점’으로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17년 12월 설립했다. 올해 1월 명칭을 ‘AI양재허브’로 변경했다.
지난 14일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AI양재허브’를 방문했다. 이곳 시설은 소재지 3곳에 분산돼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하이브랜드 몰, 희경재단 빌딩에 AI양재허브 시설이 분포돼 있다. 각 소재지 간 거리는 차로 5분에서 10분 내외 정도다. 디센터는 주요 시설이 위치해 있는 한국교총 건물을 찾았다.
AI양재허브엔 초기 성장단계에 있는 80여 개 인공지능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입주기업들은 2018~2019년 2년 동안 443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했다. 매출은 607억원을 달성했다. 투자유치 규모는 362억 원에 이른다. 입주기업 관계자에게 AI양재허브의 어떤 점이 기업 성장에 기여했는지 물었다.
이수현 대표가 이끄는 ‘테서(TESSER)’는 AI양재허브에 입주한 뒤 매출이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테서는 임상케이스 공유 및 수집분석 플랫폼 개발 업체다. 이 대표는 “정부 지원 사업을 하면서 매출이 많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AI양재허브에 입주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1차적 검증이 이뤄진 것”이라며 “정부 과제에 지원을 할 때 직, 간접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용근 모아이스(moAIs) 대표는 최장 4년까지 입주 가능하단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모아이스는 최근 골프 자세 분석 및 교정 제안 AI 애플리케이션 ‘골프 픽스(Golf Fix)’를 출시했다. 이 대표는 “다양한 공간 지원 사업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6개월에서 1년 정도만 머무를 수 있다”며 “AI양재허브는 독립형 최대 4년, 개방형 최대 2년까지 입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에겐 기간이 훨씬 중요하다”며 “만약 1년 계약했다면 6개월 사업하고, 나머지 6개월은 공간 고민을 해야 하는데 이 점이 굉장히 많은 에너지 낭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장기간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지 않으면 스타트업이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사업 외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AI 양재허브 관계자는 "그간 최장 4년까지 공간을 보장했지만 앞으로는 기간을 조정할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박상원 딥네츄럴(DeepNatural) 대표는 AI양재허브를 “초기 AI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 최적의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곳에 입주해 있는 다양한 기업과 교류하며 “사업 방향이 날카로워졌고, 피봇팅(pivoting)도 했다”고 설명했다. 딥네츄럴은 현재 AI 언어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AI양재허브에 입주한 뒤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서비스도 출시했다. 매출은 50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창업 당시 5명이었던 직원 수는 40여 명으로 늘었다. 박 대표는 “AI양재허브에서 투자 유치를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실제로 투자사를 연결해 IR을 하는 자리도 마련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딥네츄럴도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를 했고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윤종영 AI양재허브 센터장은 “’인공지능’ 하면 AI양재허브가 떠오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AI 관련 교육 프로그램 제공, AI 스타트업 양성 등을 통해 다방면에서 AI관련 분야를 지원하겠다는 설명이다. 최근 AI양재허브는 교육전문동을 신설하고 인재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AI관련해서 모든 게 해결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AI양재허브 입주 모집 공고는 비정기적으로 게시된다. 기존 입주기업이 퇴거하거나 신규공간을 확충했을 경우다. 서류평가와 면접심사를 거쳐 선발된다. 독립형 기준 제곱미터 당 월 5,000원의 입주비용을 내야 한다.
*취재 후기*
이번 편은 브이로그 형식으로 촬영했습니다. 발제 과정, 인터뷰 장소 섭외 방법, 사전 질문지 짜는 방식 등을 영상에 같이 담았습니다. 현장에선 직접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녔는데요. 초점도 제대로 안 맞고, 카메라 무빙도 흔들리고, 앵글은 삐딱합니다만, [스타트업 공간] 시리즈 기획 의도에 걸맞게 공간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영상에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풀 버전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예리 기자 yeri.do@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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