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게 ‘공간’이란? 당장 업무를 볼 사무실이다. 수익을 내기 힘든 스타트업에게 임대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스타트업에게 공간은 아이디어의 산실이기도 하다. 다양한 생각을 하는 팀들과 협업을 통해 의외의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엔 이 같은 초창기 기업을 지원하고자 저렴한 임대료로 공간을 내주는 곳이 여럿 있다. 사회적 기업,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각기 다른 테마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에게 공간을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업 공간] 시리즈에선 이처럼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공간’의 특성을 다루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세 번째 편은 ‘서울블록체인지원센터’다. 지난 달 29일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서울블록체인지원센터를 방문했다. 센터는 공덕 역 8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건물의 8층과 11층을 쓰고 있다. 올해 1월 문을 연 센터에는 총 35개사가 입주해 있다. 8월말 기준 입주 기업들의 매출액은 약 30억 원이다. 투자 유치 금액은 5억 원 정도다. 입주 사 관계자들은 센터에 들어온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고 입을 모았다. 일종의 서울시 후광 효과다. 이들은 임대료가 저렴하고, 교통이 편리한 점도 센터의 장점으로 꼽았다.
입주 기업들은 센터에 입주한 이유로 무형의 자산을 강조한다. 이곳에 입주하면 서울시가 인정해주는 블록체인 기업이란 타이틀을 얻을 수 있어서다. 퍼블리시가 이런 케이스다. 퍼블리시는 언론사, 미디어를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미디어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다. 언론사에서 기사 작성 및 관리에 사용하는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에 블록체인을 도입했다. 임미진 퍼블리시 팀장은 “서울시에서 인정해주는 블록체인 기업이란 타이틀을 얻고 싶었다”며 "실제 센터에 입주한 뒤 두드러진 성과를 올렸다"고 소개했다.
퍼블리시는 지난 6월 서울블록체인지원센터 추천으로 ‘서울창업허브 우수 스타트업 해외진출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이 프로그램은 블록체인 및 핀테크 분야 기업 중 암호화폐공개(ICO)와 관련 없는 국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싱가포르 법인 설립과 액셀러레이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인 '롱해시(Longhash Ventures)'가 심사에 참여했다. 퍼블리시는 롱해시 지원으로 올해 안에 싱가포르 지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퍼블리시는 지난 8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하는 미디어 스타트업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한 달 뒤엔 인터넷 언론 CSM 서비스 기업 엔디소프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임 팀장은 “엔디소프트와 계약한 2,700여개 언론사에 퍼블리시 CMS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서울시로부터 인정을 받고 나니 좀더 긍정적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 밝혔다.
또다른 입주사인 유스비는 올해 초 서초동에서 사무실을 이전했다. 김성수 유스비 대표는 “보증금이 없고, 8인실 이용 중인데 매달 12만 원 정도를 내고 있다”며 사무실을 옮긴 이유를 전했다. 유스비는 인공지능 안면인식 기술 이용 비대면 본인인증 솔루션 공급 업체다. 암호화폐 사업자 대상 트래블룰 솔루션 제공에서 핀테크 업계를 대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김 대표는 센터에 입주한 뒤 “근무환경이 좋아 오랜 시간 동안 업무를 해 많은 발전을 했다”고 밝혔다. 유스비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기술규제 해결형 R&D 사업 업체로 뽑혀 올해 8월부터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공급기업으로 선정됐다.
김 대표는 공덕의 위치적 특성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여의도와 가까워 금융회사와 교류하기 좋고, 해외 사업을 진행할 때도 공덕이 공항 철도와 바로 연결돼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센터장의 조언도 사업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임명수 서울블록체인지원센터장은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 협회 부회장 이력이 있다. 김 대표는 “임 센터장이 블록체인, 핀테크, 금융 분야에 식견이 있어 은행권 입장에서 실질적인 조언을 줬다”며 “리스크 관리 등 보완해야 할 부분을 짚어줘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임 센터장은 “입주사를 직접 만나보고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조언을 해준다”고 말했다. 멘토의 입장에서 특허, 얼라이언스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는 설명이다. 업체 당 500만 원 범위 내에서 마케팅비 등 사업 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역량 있는 직원을 양성하기 위해 교육을 제공하고, 네트워킹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 센터장은 입주업체 선정기준으로는 “블록체인 사업을 하고자 하거나, 하고 있는 업체 중 업력이 7년 미만인 업체”가 가장 기본적 조건이라고 전했다. 조건을 만족한 업체 중 외부 인력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입주사를 최종 선정한다.
임 센터장은 “오는 12월 달에 재 입주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그러고 나면 내년에는 100억 가까이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도예리 기자 yeri.do@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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