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 규제를 위해 칼을 빼 들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리플 기소를 시작으로 암호화폐 규제 및 세금 규정도 마련했다. 이에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규제 대상에 오른 암호화폐를 잇달아 상장폐지 하면서 국내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EC는 지난해 12월 암호화폐 리플(XRP) 발행사인 동명의 회사 리플(Ripple)을 기소했다. 미등록 디지털 증권을 발행하고 13억 달러를 모집했다는 혐의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코인베이스, 바이낸스US 등 미국에 법인을 둔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연달아 XRP를 상장 폐지했다.
SEC가 리플 외에도 많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조사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 5일 아담 코크란(Adam Cochran) 시니하인벤처스(Cinneamhain Ventures) 파트너는 트위터를 통해 "트론(TRX)이 미국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9일에도 SEC가 리플 외에도 여러 암호화폐 프로젝트와 기업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해 봄 뉴욕 소재 한 단체가 트론 재단을 증권사기 혐의로 고발했다고 주장했다. 또 저스틴 선(Justin Sun) 트론 CEO가 투자한 암호화폐 거래소 폴로닉스가 트론에만 특혜를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탈중앙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트론 기반의 게임 디앱들도 미국 규제당국에 의해 불법 상품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게 코크란의 주장이다.
저스틴 선은 코크란의 주장을 즉각 반박하며 "트론 재단과 비트토렌트를 포함한 모든 계열사는 미국·중국 등 규제 당국으로부터 조사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규제를 강화함과 동시에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도 내렸다. 5일(현지시간)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 국세청(IRS)은 세금 신고 가이드라인 1040 개정안을 발표했다.
IRS는 가상화폐(Virtual currency)에 대해 '디지털 통화, 암호화폐 등 다양한 유형의 전환 가능한 가상화폐'라고 정의했다. 개정안에 따라 2020년부터는 암호화폐를 거래했거나, 보유를 통한 이자를 얻었다면 연방 소득세가 적용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리플에 대한 SEC의 행동은 이미 여러차례 예고된 바 있고,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해석할 여지가 존재해왔다고 분석했다. 권오훈 차&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미국 규제에는 투자계약증권 형태가 광범위하다"며 "쟁점은 블록체인이 탈중앙화되었는가이다"고 설명했다. 리플의 경우 발행 및 운영 주체가 존재하는 중앙화된 블록체인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암호화폐에도 차례대로 규제가 적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권 변호사는 "암호화폐는 특성상 글로벌 시장에 상장돼 있기 때문에 미국 규제가 국내 프로젝트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암호화폐가 미국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될 수 있다"며 "반대로 미국에서 거래 중단된 암호화폐가 국내에서 거래될 경우 미국이 문제 삼을 확률은 낮지만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윤주 기자 daisyroh@
- 노윤주 기자
- daisyroh@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