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디파이), 암호화폐를 거래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한 번 쯤 들어봤을 단어다. 기존 법정통화가 중심이 된 금융이 아닌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된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금융을 뜻하는 디파이는 2020년 가상자산 업계의 가장 큰 화두였다.
2020년 이전의 디파이는 불편한 UI와 적은 유동성 때문에 이용량이 적었다. 그러나 2020년 들어 자동화 마켓메이킹(AMM DEX), 덱스 에그리게이터(DEX Aggregator), 이자 농사(Yield Farming)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유동성을 늘렸고,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증가시켰다.
하지만 이런 디파이 서비스들의 성장은 많은 트랜잭션을 발생시켜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과부하를 일으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더리움의 사용료(가스비)는 급속도로 올라갔다. 디파이의 부상은 이더리움을 한 단계 성장시켰지만 이더리움 생태계가 디파이에만 집중하게 만들었고, 디파이가 아닌 디앱(DApp)들은 높아진 사용료를 감당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19세기 아일랜드의 주식은 감자였다. 아일랜드의 기후와 정치적인 여건 상, 아일랜드에서는 거의 모든 작물로 감자를 기를 수밖에 없었다. 감자 이외에 생산되는 가축과 곡물은 전부 잉글랜드로 수출됐다. 하지만 19세기 중순 아일랜드에는 감자 역병이 돌았고, 경작 중이던 감자는 전부 썩어버리기 시작했다. 잉글랜드를 위해 가축과 곡물을 생산했던 아일랜드는 잉글랜드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잉글랜드는 제대로 된 구제 정책을 펼치지 않았다. 기근을 피하기 위한 다른 작물을 경작할 시간도, 환경도 부족했던 아일랜드인들은 남아서 아사를 택하거나, 다른 나라로 이주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기근 직전에 800만 명에 달했던 아일랜드의 인구는 기근을 거치면서 200만 명 이상이 아사하거나 이주를 택했고, 이때 잃은 인구는 200년이 지난 지금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위와 같은 사례를 이더리움에 비유해보자. 아일랜드는 ‘이더리움’, 아일랜드의 주요 작물이었던 감자는 이더리움 가스비와 디파이의 수익, 다른 작물들은 디파이 이외의 디앱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이더리움은 디파이뿐 아니라 단순 토큰 전송부터 게임, 데이터 저장 등 다양한 디앱을 위한 플랫폼이다. NFT, 게임, 소셜서비스 등 다양한 디앱들이 현재 이더리움의 생태계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 지금의 상태가 계속된다면 이더리움의 네트워크 수수료가 부담되는 디앱들은 이더리움을 떠날 가능성도 있다. 체인을 마이그레이션 할 때 드는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한 번 떠난 디앱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디파이의 인기가 사그라지면 어떨까? 이와 함께 디앱이 가져왔던 다양성과 유저를 잃게 된다면, 이더리움이 타 플랫폼 체인과 차별되었던 이점들이 사라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이더리움의 탈중앙성도 함께 훼손될 수도 있다. 19세기 아일랜드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디파이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이더리움은 확장성 솔루션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디파이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더리움의 안정성이 주는 신뢰도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 디파이가 더욱 성장해서 이더리움 체인의 한계까지 사용하게 된다면, 조금의 외부 충격으로도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붕괴될 수 있다.
2020년 3월 12일 코로나 팬데믹 충격으로 인한 자산 가격 하락시기에 폭발적인 트랜잭션으로 인해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마비되었고, 메이커다오의 이더리움이 0달러에 청산되면서 프로토콜에 수백만달러의 피해를 입힌 것 처럼 말이다.
이더리움의 다변화된 생태계 유지 및 이더리움 네트워크 마비로 인한 디파이 생태계의 붕괴 가능성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더리움 확장성 문제는 조속히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다.
기고자 소개
블록체인 R&D 스타트업 ‘온더’는 2017년부터 이더리움 확장 솔루션을 주력 연구·개발하고 있다. 온더는 탈중앙화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등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이더리움의 확장성과 탈중앙성, UX/DX가 향상된 플라즈마를 시작으로 온디맨드 레이어2 플랫폼 ‘토카막 네트워크’라는 자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온더 리서치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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