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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훈의 블록 law]예전에 빌려준 비트코인, 돌려받을 수 있을까?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암호화폐)의 거래 가격이 급등하면서 예전에 빌려준 비트코인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낮았을 때에는 빌려준 사실도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 모두가 비트코인에 대해 이야기 하는 와중에 불현듯 떠올랐다는 것이다.

주된 문의 요지는 비트코인 가격이 예전보다 많이 오른 현재에도 과거에 빌려준 비트코인 개수 그대로 달라고 요구할 수 있냐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예전에 빌려준 비트코인을 그대로 돌려 달라고 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만약 빌려 간 상대방이 비트코인을 반환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민사 법원에 반환을 청구해야 한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관련해 법원의 판례가 확립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관련 사건에 법원은 대체로 아래와 같이 판단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민법상 물건이나 화폐가 아니다


민법 제99조는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암호화폐는 디지털상에 존재하는 코드에 불과하므로 유체물이 아니다. 또 전기와 같이 어떠한 자연력(에너지)을 가지지 않는다. 이에 암호화폐는 민법상 물건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암호화폐는 민법상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암호화폐는 암호화된 디지털 코드이지만 쉽게 현금화될 수 있는 환금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 자체가 재산권은 아니더라도 재산 혹은 재산적 가치를 가진다.

비트코인도 반환 청구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물건을 빌려주는 계약을 소비대차라고 한다. 소비대차는 금전 기타 대체물의 소유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은 그와 같은 종류, 품질 수량으로 반환할 것을 약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암호화폐를 반환받을 것을 약정하고, 대여하는 것은 소비대차계약과 유사하다. 그러나 암호화폐는 민법상 물건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소비대차계약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암호화폐 대차 계약을 소비대차계약과 유사한 계약으로 본다면, 암호화폐를 빌려준 사람은 암호화폐 반환 자체를 청구할 수 있다.

결국, 비트코인을 빌려준 시점의 가격과 상관없이 비트코인 그 자체를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상대방이 비트코인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민사 소송에는 승리했으나 상대방이 비트코인이 없다고 주장할 때는 어떻게 될까?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현시점에서는, 빌려줬던 비트코인의 가격 산정이 큰 쟁점이 될 것이다. 판례는 비트코인 분실과 같은 집행불능 상태 시 '사실심 변론의 종결 당시의 본래적 급부의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사실심 변론이란, 1심과 2심 재판을 의미한다. 즉, 만약 현재 시점에 민사 소송을 제기한다면, 1심 재판 또는 2심 재판이 끝나는 날의 비트코인 가격을 기준으로 현금으로 받을 수도 있다. 비트코인 반환 소송을 준비 중이라면, 향후 비트코인 가격의 등락에 주의하여야 한다.

민사 소송 시 준비해야 할 사항


법원은 비트코인을 빌려줬다는 주장만으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주장에 상응하는 증거를 온전히 마련해 둬야 한다. 일반적으로 비트코인을 빌려줬다는 사실은 계약서, 각서, 카톡 대화, 전화 녹취 등으로 입증된다.

비트코인의 특성상 TXID 등 거래내역도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 경우, 당사들의 프라이빗 키 특정이 필요하므로 주의를 요한다.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파트너 변호사
노윤주 기자
daisyroh@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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