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0월 출범한 업비트는 현재 국내 1위 암호화폐거래소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90%에 육박하며 2위 사업자인 빗썸을 크게 따돌리고 있다. 하지만 업비트의 운용사인 두나무는 업비트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들과 경쟁하기를 바랐다. 당시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정책을 폈던 싱가포르는 업비트가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춘 국가였다. 두나무의 이런 기대는 업비트싱가포르 설립 작업이 한창이었던 2018년 송치형 두나무 의장과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한 발언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송 의장은 ‘업비트개발자컨퍼런스(UDC) 2018’에서 “싱가포르는 지속적으로 친(親)암호화폐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동남아 시장 진출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 대표 역시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업비트싱가포르를 세웠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두나무의 1·2인자가 직접 나서 회사 설립의 당위성을 강조할 만큼 업비트 글로벌화의 핵심이었다는 얘기다. 업비트싱가포르 대표로 임명된 김국현 씨는 카카오 인도네시아 법인장 출신으로 이 대표와 함께 카카오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두나무에 합류한 시기도 2018년 1월로 비슷하다.
하지만 업비트싱가포르는 계속된 적자로 회사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업비트 본사에서의 해외 송금도 막혀 있어 자생해야 하지만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자기자본이익률은(ROE)은 -40.42%, 총자산이익률(ROA)은 -2.46%다. ROE와 ROA는 기업이 지난 1년간 자본과 자산을 활용해 얼마나 벌었는지를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다. 회사가 싱가포르 현지에서 암화화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수익를 거의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암호화폐거래소의 매출은 거래 수수료에서 발생한다. 업비트싱가포르의 지난해 매출을 기반으로 1년 거래 금액을 역산해보면 480억 원이다. 하루 평균 1억 3,000만 원이다. 조 단위의 업비트 국내 법인 대비 1만분의 1 수준이며 국내 중소형 거래소의 대표 격인 고팍스의 하루 거래액(약 600억 원)에도 못 미친다. 업비트싱가포르의 거래량이 부진한 것은 싱가포르 현지 투자자들을 유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달러 거래를 지원하는 타 거래소와 비교할 때 업비트싱가포르의 거래량은 현저히 낮다. 7일 기준 업비트 싱가포르의 ‘비트코인·싱가포르 달러’ 페어의 거래량은 1싱가포르 달러(약 860원)다. 정상적인 거래소라고 볼 수 없을 정도다. 동 시간대 동일 페어 기준 인디펜던트 리저브 거래소의 거래량은 422만 1,513싱가포르 달러(약 36억 4,000만 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업비트싱가포르가 업비트의 환치기 통로 아니냐는 의혹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업비트는 “현지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는 정상적인 기업”이라고 해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싱가포르 신용평가기관인 익스페리언(experian)은 자사 재무 평가기준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인 ‘DP8’을 업비트싱가포르에 부여했다. 이 회사의 기준에 따르면 업비트싱가포르의 부도 확률은 14% 이상이다. 같은 등급을 받은 기업 100곳 중 최소 14곳 이상은 파산할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현지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조달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익스페리언은 “기업 운영 중 불리한 환경 변화가 발생할 경우 안정적으로 금융 상황을 이끌어갈 능력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업비트싱가포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가 단기간에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해외 송금 규제를 풀어주거나 싱가포르 현지에서 자본 유치가 이뤄져야 하는데 두 가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주요 선진국들이 자금세탁 등의 우려로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글로벌 자금 이동을 제약하는 움직임 속에 우리나라만 다른 스탠스를 취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이미 자생력을 상실한 자본잠식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기업이나 자본가가 나올 가능성도 낮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결국 업비트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비트싱가포르에 대한 평판이 악화될수록 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비트는 두나무와 업비트싱가포르 사이에는 지분 관계가 전혀 없고 ‘협력사’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이 같은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싱가포르는 업비트와 오더북을 공유하고 있고 ‘업비트’라는 브랜드를 같이 사용하고 있다”면서 “과거에 송 의장과 이 대표의 발언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두 회사를 별개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노윤주기자 daisyroh@decenter.kr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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