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와이오밍 주정부는 세계 최초로 아메리칸크립토페드 다오(AmericanCryptoFed DAO)를 유한책임회사(LLC)로 인정했다. 부서도 없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운영되는 조직이 합작법인으로 인정받은 첫 사례다.

아메리칸크립토페드 다오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미국 달러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제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달러화 가치 변동에 좌우되지 않고 구매력이 안정된 거래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디센터는 스콧 몰러(Scott Moeller) 아메리칸크립토페드 다오 CEO를 화상으로 만나 다오의 목적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다오 특성상 CEO란 직책이 없어야 하지만 타 조직과 소통할 때 다오를 대변할 권한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몰러는 아메리칸크립토페드 다오의 CEO 역할을 맡고 있다.

수많은 암호화폐 중에서 현실세계 거래에 이용되는 암호화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보유한 암호화폐 대부분은 법정화폐로 환전 돼 사용된다. 비트코인(BTC)이나 스테이블코인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암호화폐가 현실세계 거래에 이용되길 바란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배경이다.

우리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두카트(DUCAT)는 법정화폐에 가치가 연동돼 있지 않다. 대신 ‘구매력(purchasing power)’에 연동돼 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제로 인플레이션(zero inflation)과 제로 디플레이션(zero deflation)을 추구한다.

우리는 이 같은 매커니즘을 작동하기 위해 두카트로 거래할 때는 물론이고 두카트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보상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기존의 부채 기반 경제에서(Debt based economy)에서 벗어나 거래 기반 경제(Transaction based economy)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대부분 사람들이 구매력을 미국 달러와 연동해서 이해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방법이다. 구매력을 측정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최근 유가가 많이 올랐다. 한국도 그렇지 않나. 이는 곧 인플레이션을 컨트롤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두카트는 거래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발행될 수 없다. (미국 연준이) 돈을 찍어내면서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하길 바라는 방식과는 다르다. 두카트는 개인이 거래를 시작해 완료할 때 발행된다. 거래에 참여한 사람은 두카트를 보상으로 지급받는다. 이 같은 매커니즘으로 제로 인플레이션을 이룬다.

제로 디플레이션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BTC)처럼 갈수록 발행량이 줄어드는 암호화폐로 구매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만약 지난 2010년에 BTC로 커피를 사 마셨다면 그것은 전 세계에서 최악의 결정을 한 것과 다름없다. 이 때문에 암호화폐가 구매력에 고정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두카트로 거래하거나 지갑에 두카트를 보유하면 보상을 주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해 생태계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 보상의 양은 구매력을 일정하게 고정할 수 있도록 일정 범위 내에서 변동된다. 이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스테이킹과는 다르다. 사람들은 보상율에 따라 각기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다오는 새로운 비즈니스 구조다. 새로운 유형의 조직이다. 우리 시스템은 일단 구축이 완료되면 사람 개입 없이 운영된다. 다오는 대표이사 등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작은 조직이 필요 없다. 우리는 로크(LOCKE)라는 암호화폐도 발행했는데, 이 토큰은 거버넌스 토큰이다. 로크 홀더라면 누구나 다오 운영에 관한 사항을 제안할 수 있고, 의사결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준비한 건 오래됐지만 본격적인 시작은 얼마 안 됐다. 미국 상인 협회 중 최대 규모 협회인 MAG(Merchant Advisory Group)이 아메리칸크립토페드 다오와 함께하고 있다. MAG 모든 회원사가 아메리칸크립토페드 다오 멤버는 아니지만 아마존, 월마트 등을 합치면 연 거래량이 막대하다. 이러한 기업들이 카드 수수료로 지급하는 비용이 상당하다. 우리가 구축한 블록체인 매커니즘을 활용하면 수수료가 ‘0’원이다. 실시간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거래에 참여하면 보상으로 두카트를 받을 수도 있다. (앞으로 이들 기업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



우리는 SEC에 제출한 서류를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SEC가 우리가 발행한 암호화폐가 증권이라는 걸 증명하는 데 굉장히 애를 먹고 있다고 생각한다. SEC는 관리감독 기구(Disclosure agency)이지 법을 강제로 집행 기관(Enforcement agency)이 아니다. 만약 정말로 SEC에 문제가 있다면 법정으로 갈 수 있다. 우리는 이 부분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한국 젊은이들이 특히 암호화폐 관련해 지식이 풍부하고 관심이 많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암호화폐 산업에 호의적인 입장이라고 알고 있다. 최근 한국 정치인들의 사고방식(mindset)이 국민에게 이익을 주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양당이 암호화폐 산업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좋은 시그널이다. 그것은 개인의 권리와 소유권을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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