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이 가상자산 사업 검토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증권의 특화 분야인 부동산 금융에 증권형토큰(STO)을 접목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STO가 허용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시장 선점을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에 이어 대신증권까지 가상자산 사업 검토에 나서면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STO 사업 진출과 관련한 내부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새 정부가 STO를 허용할 것을 대비해 STO 시장의 현황과 전망 등을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대신증권이 강점을 갖춘 부동산 금융이 STO와 구조적으로 유사해 규제 완화의 직·간접적인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 금융은 부동산 또는 부동산 사업에서 발생하는 채권을 금융상품화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부동산 금융상품으로는 리츠(REITs), 부동산펀드(REF),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이 있다. 대신증권은 올해 리츠(REITs)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간접 투자하고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으로 돌려준다는 점에서 STO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대신증권이 가상자산사업에 진출할 경우 부동산금융 사업에 STO를 접목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STO 사업을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내부 스터디 차원에서 토큰 거래 플랫폼과의 협업을 포함, 다양한 방안을 들여다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STO는 부동산·주식·채권 등 실물자산을 담보로 암호화폐를 발행해 증권처럼 거래하는 것을 뜻한다. 투자자는 지분, 의결권, 이자, 수익금 등을 나눠 가질 수 있다. 쉽게 말해 STO는 '쪼개기 투자'에 블록체인을 결합한 개념이다. 주식과 유사하지만 코인을 매개로 하기 때문에 소액으로도 실물자산 투자가 가능하고 투자 방식 자체가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혁신적 자금조달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지난 2018년 이후 정부 당국에서 모든 형태의 암호화폐 공개(ICO)를 금지함에 따라 STO도 함께 금지됐다.

대신증권이 STO 사업 검토에 나선 것은 향후 규제 환경 변화를 염두에 두고 시장 선점을 위한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는 STO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를 국가 단위의 블록체인 비즈니스 특구로 확대하고 국가 단위의 컨트롤타워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도 STO 도입과 활성화를 위해 기존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상황을 인수위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STO가 허용된다면 증권사에서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제치고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도 이들이 STO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금융당국에서 STO를 증권성 거래로 인정하고 자본시장법 규제를 적용할 경우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에선 STO 거래를 중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STO는 블록체인 기술로 발행된 ‘증권’이어서 현행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STO를 취급할 수 없다”며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특화된 증권사 설립을 허용하는 등의 법 개정이 이뤄져야만 비증권사들의 STO 중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다른 증권사들도 가상자산을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며 STO 시장 진출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삼성증권은 지난해부터 STO 시장 진출에 관심을 두고 관련 스터디를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서 STO 관련 컨설팅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하반기에는 STO 플랫폼 개발 및 운영 업무를 위한 인력 채용에도 나섰다.

한국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 기업 '루센트블록'의 시리즈A 투자에 나섰다. 루센트블록은 상업용 부동산을 증권화해 판매하는 '부동산 조각투자'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하나금융투자가 계좌관리 기관으로 참여한다. SK증권과 키움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펀블'과 손을 잡았다. 부동산 디지털 유동화 시스템 구축을 위해 협업한다는 방침이다. 펀블은 이르면 이달 말 규제 샌드박스 형태로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출시를 앞두고 있다.

홍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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