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불확실성이 없는 스위스로 진정성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지난 달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만난 이용한 SKBA 대표는 “스위스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 관련 법을 제정한 친(親) 가상자산 국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스위스 교포인 이 대표는 스위스와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을 연결하는 블록체인 컨설팅 기업 SKBA를 이끌고 있다. SKBA는 스위스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의 스타트업들을 상대로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대표는 2019년 스위스 최대 블록체인 밴처캐피탈(VC) ‘CV랩스’의 멘토로 선정돼 현지 기업들의 자문 위원 역할을 맡았는데 49명의 멘토 중 유일한 한국계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양국 간 교류가 어려워지면서 이 대표는 스위스 현지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그가 최근 주력 중인 프로젝트는 금은화 기반 토큰 프로젝트다. 비교적 가치가 안정된 금과 은을 담보로 한 토큰으로 연내 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그는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하는 것처럼 리스크를 편리하게 헤지할 수 있는 토큰”이라며 “담보 자산의 불안정성이 불거진 일부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금과 은에 토큰 가치를 1:1로 연동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최근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MA)으로부터 비조치의견서(No-action letter)를 발급받았다. 건전성 검증을 마친 프로젝트에 한해 법적 확실성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이 대표는 “비조치의견서를 발급 받고 나면 당국에서도 더 이상 규제하지 않겠다는 뜻과 마찬가지”라며 “제도적 확실성이 보장되니 프로젝트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고 말했다.
최근 테라-루나 사태를 시작으로 도미노 파산이 이어지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불안하지만 스위스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블록체인 법 제정 후 오히려 규제가 느슨해졌다”며 “산업에 대한 신뢰도가 쌓이며 개별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간섭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내 블록체인 산업은 과거 추크(Zug)시 ‘크립토밸리’를 중심으로 융성했지만 최근 스위스 전역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원격 근무가 활성화된 영향이다. 이 대표는 “서울 용산구 면적만 한 추크시에는 블록체인 기업만 500곳 넘게 들어서 기업(인)간 활발한 교류가 가능했다”며 “최근에는 취리히와 루가노 등 다양한 지역으로 크립토 산업이 확대돼 스위스가 ‘크립토네이션(Crypto Nation)’으로 발전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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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리히=홍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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