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샤딩은 실패할 겁니다. 기술이 구현되기까지 지나치게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면 그것은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만난 샤샤 이바노브 웨이브(Waves) 최고경영자(CEO)는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웨이브는 러시아의 이더리움으로 불리는 레이어1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지난 2016년 암호화폐공개(ICO)를 진행해 비트코인(BTC) 3만 개를 모았다.
이바노브 CEO는 “웨이브를 출시한 5년 전만해도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결제 서비스도 적었다”면서 “그러나 최근 소규모 컨트랙트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웨이브 블록체인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왔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더리움은 지난 2020년부터 샤딩을 포함해 기존의 작업증명(PoW) 방식에서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전환을 추진해왔지만 아직 완료하지 못했다. 이바노브 CEO는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다른 체인은 (서비스 환경이 바뀌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더리움2.0의 접근 방식은 기술적으로 작동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잡한 기술이 적용되면, 오류가 발생했을 때 처리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그는 웨이브 블록체인은 개발자가 사용하기 쉽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바노브 CEO는 “수수료가 저렴하고, 대체불가토큰(NFT)을 간단하게 발행할 수 있다”면서 “이를 보여주기 위해 웨이브 덕 헌트(Waves Duck Hunt) 게임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덕 헌트는 증강현실(AR) 플레이투언(P2E, Play-To-Earn) 게임으로, 전세계 사용자 20만 명을 확보했다. 직접 게임을 제작하며 웨이브 블록체인을 고도화하는 데 필요한 점을 알게 됐다고 그는 부연했다.
웨이브는 연내 한국 팀을 10명으로 늘리는 등 한국 내 입지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유야무야됐던 커뮤니티를 다시 활성화하고 개발자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이바노브 CEO는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로 “업비트에서 WAVES 거래량이 많다”면서 “다른 국가와 비교해 한국인이 WAVES를 제일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고, 암호화폐 트레이딩에서 나아가 기술적으로도 생태계를 키우고 싶어 한국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웨이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할 프로젝트를 찾고, 인큐베이팅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몇몇 한국 프로젝트가 곧 웨이브에서 출시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그간의 성과 중 최고의 성과로는 스테이블코인 뉴트리노USD(USDN) 발행을 꼽았다. USDN은 테라USD(UST)와 유사한 알고리듬 스테이블코인이다. 지난 5월 UST, 루나(LUNA) 폭락 사태 이후로 0.8달러대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1달러에 근접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17일 오후 5시 55분 코인마켓캡 기준 USDN은 전일 대비 0.20% 떨어진 0.9865달러를 기록했다.
그는 “사람들이 법정화폐처럼 사용하는 안전하고 안정적인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면서 “겉으로는 UST와 USDN이 비슷해 보이지만 기술적으로는 완전히 다르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UST 발행에 쓰인 LUNA는 소각되지만 USDN에 발행에 사용된 WAVES는 스마트컨트랙트에 락업된다는 설명이다. 테라, 루나 사태의 경우 UST가 1달러 밑으로 하락하면서 LUNA가 무한 발행돼 함께 가격이 떨어지는 죽음의 소용돌이가 발생했다. 반면 USDN은 락업으로 1달러 페깅에 필요한 WAVES 발행량을 고정해 이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바노브 CEO는 “뉴트리노가 아직 완전히 성공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슈가 있을 때 견뎌내고 지속적으로 나아가면 결국 성공하게 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향후 블록체인을 도입하기에 유망한 분야로는 탈중앙화자율조직(DAO)를 지목했다. 이바노브 CEO는 “아직 DAO 열풍은 도래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DAO가 보편화되면 조직을 구성하는 방식 등이 모두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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