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LN)의 실사용 사례를 만들어 토큰 이코노미에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달 29일 줌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임인규 라인 제네시스 대표는 ‘토큰 이코노미(Token Economy)’를 일곱 차례 언급했다. 토큰 이코노미는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토큰 이코노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암호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생태계가 확장되기 어렵다.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인 셈이다. 임 대표는 “지난 2018년 라인이 블록체인 사업을 발표한 이후 일본 라인 사용자 약 9200만 명에게 어떻게 토큰 이코노미를 제공할지 고민하며 하나씩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고 강조했다.
라인 제네시스(옛 LVC)는 라인의 자회사다.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각각 지분 50%를 나눠 가진 합작법인 A홀딩스를 통해 라인을 지배한다. 라인은 메인넷 라인 블록체인을 개발했고, 암호화폐 LN을 발행했다.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 라인 비트맥스, 블록체인 지갑 서비스 라인 비트맥스 월렛을 운영한다. 최근 대체불가토큰(NFT) 마켓 플레이스인 라인 NFT도 출시했다. 임 대표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여러 레이어에서 종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며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투자와 IP 제작, 소속사 연예인 캐스팅, 그룹사 극장 상영 등 사업을 수직계열화해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라인 제네시스가 어느 정도 (통합 서비스제공) 궤도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매스 어답션(Mass adoption)이 가능한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메인넷서부터 가상자산을 사고팔 수 있는 거래소, 지갑까지 인프라를 마련한 만큼 대중이 일상 생활에서 손쉽게 블록체인 서비스를 이용할 환경이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라인 제네시스는 지난 3월부터 일본 라인페이 일부 온라인 가맹점에서 LN으로 결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사용자는 LN을 라인 비트맥스 월렛에 담아뒀다가 결제 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결제 금액은 하루에 1인당 평균 1000엔(약 9525원) 수준으로 아직 크지 않다. 임 대표는 “큰 규모의 결제는 아니지만 생활 속에서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 비유하자면 카카오페이에서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가 발행한 클레이튼(KLAY)으로 결제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국내에선 규제가 모호해 이러한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 관련 규제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에서 어떻게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는지 묻자 임 대표는 “일본은 규제가 금융회사 수준으로 높아 고려할 사안이 많긴 하다”면서도 “규제가 명확해 제대로 지키기만 하면 별도의 제재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일본에선 정책적으로도 IT 기업이 웹3.0시대에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명확한 규제 환경을 구축하고, 산업이 부흥할 방안에 대해서도 일본 당국이 고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일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카카오는 자회사를 통해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를 인수했고, 컴투스는 일본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했다. 임 대표는 “일본의 GDP 규모는 지난 2019년 기준 전세계에서 5.8%로 시장 규모가 큰 편”이면서 “주식의 경우 3% 중반 정도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비트코인(BTC)의 일본 거래량은 0.36~0.38% 정도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생각해 주식과 비교하면 (일본의 암호화폐 시장이) 앞으로 10배, GDP와 비교하면 앞으로 16배 정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잠재력 있는 시장이지만 현 시점에선 저평가 돼 있어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추측이다.
임 대표는 “소프트뱅크, 야후, 조조타운 등 관계사 기업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있다”면서 “이 서비스에 웹3.0이라든지 블록체인, 암호화폐 등을 도입하면 변화될 부분 등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올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억지로 토큰 이코노미를 만들어 나가기 보다는 사용자가 재미있거나 혜택이 더 많아 자연스럽게 이용할 유인이 생기도록 이코노미 축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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