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받습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차로 30분가량 떨어진 소도시 추크에서는 음식점과 카페 등 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가게마다 이 같은 노란 푯말이 붙어 있었다. 시내 곳곳에 비트코인 자동입출금기(ATM)가 들어섰고 간간이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말 그대로 ‘블록체인 1번지’다웠다. 호수를 둘러싼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만 보면 중세 시대에서 시간이 멈춘 듯했지만 자세히 살피면 미래 기술이 생활에 스며든 세계에서 가장 앞선 도시였다.
서울 용산구 정도 땅에 인구 3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시골 마을 추크는 2016년 가상자산산업특구로 지정된 뒤 환골탈태했다. 블록체인 기업들이 몰리며 지난해 기준 528곳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고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사)만 14곳을 배출했다. 지난 5년간 블록체인 기업이 만든 일자리도 3000개로 인구의 10%에 달한다. 결제는 기본이고 신분 증명, 투표에도 블록체인을 광범위하게 적용하며 경제 발전과 일상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도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 인구는 700만 명에 육박할 만할 만큼 블록체인의 저변이 넓어졌지만 여전히 ‘블록체인=투기자산’이라는 인식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경제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디센터가 찾은 스위스와 미국·싱가포르 등 주요 금융 선진국은 블록체인 산업을 적극 육성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었다. 한국 역시 이들 선진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국내에서는 암호화폐와 관련된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만 정책 논의가 이뤄지는데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박해욱·서민우·임진혁·도예리(뉴욕)·김정우(싱가포르)·홍유진(추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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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크(스위스)=홍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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