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WEMIX)가 국내 주요 거래소 상장폐지에 따른 탈출구로 해외 상장을 노리고 있지만 이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코인베이스의 경우 위믹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기준 증권으로 분류돼 상장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바이낸스 역시 거래소 내규 상 비밀 유지 조항을 엄격히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직접 나서 상장 논의 사실을 밝힌 것이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오케이엑스 등 이미 위믹스 거래를 지원하던 해외 거래소 역시 위믹스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가 상장 논의가 상당히 진전됐다고 밝힌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의 상장 가능성은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메이드는 지난 25일 위믹스 유의종목 다음날 가진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상폐에 대한 대책으로 해외 거래소 상장을 약속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이날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와 상장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상장이) 언제라고는 확답은 못하지만 논의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기 때문에 확정되는 대로 시장에 적절하게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의 위믹스 상폐 효력 정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며 국내 상폐가 확정된 이후인 지난 7일에도 위메이드는 공식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새로운 해외 거래소의 상장을 추진 중”이라며 “더 많은 거래소에서 위믹스의 거래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위믹스의 해외 상장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장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논의가 상당히 진전됐다고 밝힌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의 경우 상장이 더욱 쉽지 않다. 먼저 미국계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경우 미국 증권거래법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금융당국 기준에 따르면 위믹스가 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농후해서다. 미국 SEC는 ‘하우이 테스트(Howey Test)’를 통해 암호화폐의 증권성 여부를 가른다. 이 테스트를 거쳐 증권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판별된 암호화폐의 경우 증권으로 간주돼 증권거래법이 적용된다.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거래소가 해당 암호화폐의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상장이 불가능하다. 증권 전문가들은 위믹스의 경우 하우이 테스트의 증권성 기준 세 가지인 △일정 수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여러 사람이 출자한 기업에 △금전을 투자한 경우를 모두 충족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플랫폼을 지향하는 위믹스가 여태 미국 등 해외 거래소 상장이나 미국인의 투자를 막았던 것 역시 위메이드가 이 사실을 충분히 알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상장사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토큰이라는 점에서 기존 주주와의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만큼 상장을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황현철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토큰 발행 이익이 회사에 돌아올 수도 있지만 이익의 어느 정도는 토큰 보유자에게 분배가 되는 형식이라면 증권의 요소가 있는 것”이라며 “이 경우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것이어서 매우 조심해야 할 부분이고 향후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낸스 역시 상장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이낸스의 경우 장 대표가 직접 상장 논의 중임을 공개한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바이낸스가 상장 계약 과정에서 매우 엄격한 비밀유지 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다. 바이낸스는 상장 관련 중요 안내 사항으로 상장 계약이 비밀유지계약(NDA)인 점을 강조한다. 바이낸스는 상장 안내문에서 “상장 계약 초기 단계에서 엄격한 비밀유지계약을 의무로 하고 있다”며 “(상장 논의 중인) 프로젝트 팀들은 상장 공지 이전까지 상장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경고했다. 기자간담회를 통해 바이낸스와의 상장 논의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점이 상장 심사 과정에서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바이낸스 관계자는 “장 대표의 발언은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상장 심사 과정에서 고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믹스 투자자에게 국내 상장폐지에 대한 대응책으로 해외 상장을 내건 것이 처음부터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선 지난해 시행된 개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정식 가상자산 거래업자로 신고하지 않은 해외 거래소의 국내 투자자 대상 영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그쪽 거래소에서 계좌를 만들어서 거래를 할 수 있는지도 문제"라며 "대부분의 위믹스 투자자들은 국내 투자자들인데 한국에서 상폐됐다고 해서 보유 토큰을 외국 소재의 거래소로 옮겨서 거래를 할 때 그 거래 자체가 국내법에 저촉되는지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거래소 이용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충분히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위믹스가 이미 상장돼 있는 해외 거래소들 역시 일제히 위믹스 상장폐지 수순을 밟으며 해외 거래소 추가 상장 가능성이 더욱 옅어진 모습이다. 지난 8일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 오케이엑스(OKX)는 현물거래와 마진거래 마켓, 무기한 선물 계약에서 위믹스를 상장폐지한다고 공지했다. 후오비와 MEXC, 바이비트도 위믹스 거래를 경고한 상태다. 9일 코인마켓캡 데이터에 따르면 위믹스 거래가 가능한 거래소는 △쿠코인 △게이트아이오 △후오비 △바이비트 △비트겟 △크립토닷컴 △인도닥스 △MEXC △코인엑스 △비트포렉스 △엑스티닷컴 등 11곳이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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