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토큰(NFT, Non-Fungible Token)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NFT 하나가 수십 억 원에 거래되는 세상입니다. 열기가 이어질지 이대로 식을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기엔 NFT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NFT를 발행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 NFT를 사고 싶어하는 건 아닙니다. 사람들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NFT는 무엇인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대체 왜 인기가 많은 건지 [도예리의 NFT 레이더]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공부하면서 유망한 NFT 프로젝트를 가려내는 식견이 생기길 기대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NFT 업계에서 늘 강조하는 ‘커뮤니티’가 이미 확보된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엔터 기업이 NFT를 도입하는 건 자연스런 흐름이다. 하이브를 비롯해 큐브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엔터 기업이 NFT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배경이다. NFT 레이더에서 소개했던 모드하우스의 트리플 에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모드하우스는 뿌리가 블록체인 기업이란 점이 조금 다르다.
이처럼 엔터 산업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여러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양쪽 분야에서 굵직한 경력을 쌓은 전문가가 등장해 이목을 끌고 있다. 바로 주상식 비트블루 대표다. 주 대표는 에스엠(SM)을 포함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무려 20여 년 동안 내실을 다진 뒤 지난해 11월 비트블루를 창업했다. 그는 에스엠에 있을 때부터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검토하며 내공을 쌓았다. 이러한 경력을 인정받아 창업한 지 약 3개월 만에 매쉬업엔젤스 등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달과 이번 달 두 차례에 걸쳐 주 대표를 만났다. 그는 많은 엔터 기업이 팬의 입장에서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NFT를 발행하면, 당연히 팬들이 사줄 것이란 기대만으로는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암호화폐 지갑을 만들어야 하는 등 절차도 번거로운데, 엔터 기업이 NFT의 필요성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서 팬덤의 반발이 크다고 그는 덧붙였다. 주 대표는 “NFT가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에게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등 세계관, 스토리와 엮어서 팬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팬덤과 아티스트 간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무턱대고 NFT를 발행해서는 두드러지는 성공을 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그는 이러한 시각에서 봤을 때 비트블루가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하고 있는 동시에 엔터 업계의 생리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 대표는 “2월 달에만 약 10팀이 넘는 기업과 미팅을 진행했다”면서 엔터 업계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비트블루는 기업을 대상으로 NFT 프로젝트 기술 지원 및 컨설팅 등 서비스를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제공할 계획이다. 주 대표는 이 서비스를 ‘엔에프테인먼트(NFTainment)’라 명명했다.
최근 NFT 가격이 급락하고 거래량이 얼어붙으면서 시장이 침체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대해 주 대표는 “가격 측면에서 봤을 땐 그렇지만 기초체력은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거래량이 급등했을 땐 시장에 러그풀 등 스캠 프로젝트가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가격 조정이 오면서 스캠 프로젝트는 거의 사라지고 기초체력이 튼튼한 프로젝트들이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모드하우스가 팬들과 함께 육성한 트리플에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주 대표는 “완벽히 새로운 시도라기 보다는 기존에 있었던 시도를 블록체인 관점에서 재해석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팬들이 직접 원하는 아티스트를 선발하는 콘셉트는 과거에도 있었다. 다만 이 과정에 있어서 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는 했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PD가 순위 조작 등에 연루되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모드하우스는 이러한 문제점을 블록체인을 활용해 해결했단 점이 새로운 시도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비트블루는 개인의 가치를 NFT로 발행해 표현하는 ‘노우유어셀프(KY, Know-Yourself)’도 준비하고 있다. 시작부터 화끈한 주목을 받은 비트블루가 기대에 미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도예리 기자
- yeri.do@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