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겨울 장기화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일부 거래소들은 적극적인 상장 정책으로 매출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과거만큼 신규 상장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상장 과정에 잡음이 일며 이마저도 신통치 않은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들은 실적 부진 타개책으로 ‘신규 상장’ 카드를 우선 꺼내 들었다. 상장 개수를 늘려 거래를 활성화하고 수수료 수익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국내 거래소가 여러 방면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고객의 암호화폐 거래에서 발생하는 거래수수료가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5대 원화거래소 중에선 빗썸의 공격적인 상장 전략이 특히 두드러진다. 올 1분기에만 암호화폐 총 18종을 원화마켓에 신규 상장했다. 코인마켓 상장 역시 늘려가고 있다. 빗썸은 지난달 7일 거래량이 많은 암호화폐 위주로 비트코인(BTC) 마켓 개편을 진행하고 클레이스왑(KSP) 등 암호화폐 10종을 동시 상장했다. 빗썸이 1분기 BTC 마켓에 상장한 암호화폐는 총 12종이다. 다른 거래소엔 상장되지 않은 암호화폐를 단독으로 상장해 이용자를 끌어모으려는 전략도 관측됐다. 코인원은 지난달 돌발적으로 위믹스(WEMIX)를 재상장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두 달 전 5대 거래소 협의체인 닥사(DAXA) 합의에 따라 동시 상폐된 위믹스를 코인원만 재상장한 것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파격 결정을 두고 코인원이 지난 1월 영입한 박병열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주도하는 공격적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재상장 당일 위믹스 원화 매매를 위해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코인원 일간활성이용자수(DAU)는 전일 대비 87.2% 급등했다.
그러나 이같은 무더기·돌발 상장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빗썸이 대거 신규 상장한 암호화폐 상당수는 상장 직후 가격 폭락을 겪으며 상장가를 한참 밑도는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에서 이미 가격이 최고가까지 폭등한 시점에 있는 암호화폐나 다른 거래소에선 거래 지원을 하지 않는 암호화폐 위주로 상장이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독 상장을 둘러싼 금융당국의 시선도 곱지 않다. 닥사는 코인원의 위믹스 재상장 등 단독 행위에 불편한 기색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는데 이후 상장 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을 보완·발표하고 상폐 암호화폐의 거래지원 재개에 대한 기준을 추가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당국의 지시로 만들어진 닥사가 재상장 관련 내용이 포함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건 당국의 입장을 충분히 보여준다”며 “당국의 눈치가 보여 단독 상장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크립토 겨울 속에 암호화폐 상장수를 늘리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다는 푸념도 나온다. 금융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암호화폐 일평균거래금액은 상반기 대비 43% 크게 떨어져 3조 원 규모에 머물렀다. 암호화폐 거래가 마르면서 업비트·빗썸 등과 같은 대형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신규 상장 시 늘어나는 거래 수수료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국내 점유율 4위 코빗의 경우 올해 들어 지난 1월과 2월 각각 암호화폐 1종씩만 상장했다. 기본적인 거래소 이용자 수가 적기 때문에 신규 상장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체인 지원 등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코빗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일반적인 수준보다 상장을 매우 적게 한 것이 맞다"며 “시황이 좋아지는 시기에 맞춰 상장수를 늘리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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