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업비트와 빗썸의 실적이 급감하며 국내 원화마켓거래소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올해 역시 지속적인 금리인상 기조에 각국의 암호화폐 제도화, 증권성 판단 등 암초가 곳곳에 널려 거래소들의 실적 반등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75.2% 급감한 8101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2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 역시 79.1% 줄어든 1634억 원에 그쳤다. 아직 국내 주요 거래소들의 실적이 모두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 1~2위인 업비트와 빗썸과 비슷하거나 더 나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거래소의 지난해 실적 부진은 오래 전부터 예고됐다. 2021년 11월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 가격인 8270만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하는 가운데 금리 인상 기조가 찬물을 끼얹었고 지난해 5월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는 투자 심리를 급격히 냉각시켰다. 이어 지난해 11월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투자 자금 횡령 등의 이슈로 파산하면서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졌다. 특히 FTX 파산은 거미줄처럼 얽힌 암호화폐 업계 전반으로 영향을 미치며 연쇄부도를 일으켰다. 국내에서는 위믹스 재단이 위믹스의 유통량을 허위로 공시해 상장폐지 되는 등 업계 내 크고 작은 사건이 잇따르며 시장 전반을 위축시켰다.
올해라고 상황이 나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리 상승에 대한 불안이 여전하고 기업들도 그룹 차원에서 비상 경영에 돌입하는 등 거시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연합회(KDA) 회장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위험 자산인 디지털 자산의 구매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상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도 “거시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기술주나 코인과 같은 미래지향적인 시장은 투자 기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전세계적으로 코인 시장의 제도화에 속도가 붙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국내의 경우 토큰 증권(ST)이 제도권으로 편입돼 코인 중 일부가 토큰 증권으로 흡수되면 암호화폐 거래소의 거래량이 감소할 수 있다. 또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통과되면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 강 회장은 “제도권 편입으로 지금과 같이 자유로운 코인 발행은 점차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의 증권성 판단에 대한 불확실성도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미국에서 논의 중인 암호화폐의 증권성·상품성 판단과 리플(XRP)의 소송 결과 등 미결된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투자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 교수는 “암호화폐의 성격을 명확히 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는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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