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가 가상자산 거래를 ‘도박’으로 보고 규제해야 한다고 나섰다. 가상자산을 금융 서비스로 다루려는 정부 당국과 배치된 입장이다.
17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영국 의회 재무위원회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과 같이 실체가 없는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도박과 유사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를 금융 서비스로 규제하려는 방침이지만 재무위는 “금융 서비스로 규제하면 후광효과로 인해 소비자는 가상자산 거래가 안전하다고 믿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광효과는 특정 대상을 평가할 때의 첫인상이 이후 평가에도 영향을 줘 판단의 객관성을 잃는 현상이다.
영국 정부는 가상자산을 금융 서비스로 규제하기 위해 업계 관계자의 피드백을 요청했다. 가상자산을 금융 활동처럼 감독하고 기존 금융 시장의 규정을 확대·적용해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 인가제를 도입하려는 목적이다. 영국 재무부 대변인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전통 금융 시장에 존재하는 위험들”이라며 “이를 완화하려면 도박 규제가 아닌 금융 서비스 규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시급한 위험부터 발 빠르게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재무위는 영국 정부의 계획에 우려를 표했다. 해리엇 볼드윈(Harriett Baldwin) 영국 재무위원장은 “비트코인 거래는 가격 변동성이 엄청나고 실체가 존재하지도 않는다”며 “금융 서비스가 아닌 도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상자산의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정부가 혁신을 위해 나서야 한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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