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지갑 경쟁이 치열하다. 가상자산 지갑은 웹3 서비스 이용에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다. 웹3로 진입하는 첫 관문으로 이 시장을 선점하면 수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 기업들이 저마다 편의성을 강조하며 지갑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배경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 엑스가 개발한 ‘클립’의 사용자 수는 200만 명에 달한다. 그라운드엑스는 최근 개방에 방점을 두고 확장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에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인 클레이튼만 지원했던 클립은 최근 이더리움과 폴리곤 체인을 연결하며 사용성을 높였다. 지난 달에는 탈중앙화거래소(DEX) 애그리게이터 플랫폼인 1인치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클립에서 이더리움과 폴리곤 토큰 교환을 가능하도록 했다. 그라운드엑스 관계자는 “지갑만 있으면 가상자산과 관련한 모든 걸 할 수 있도록 클립을 슈퍼 앱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클립을 카카오톡처럼 키우겠다는 포부다.
핑거랩스는 사용자가 자사가 출시한 가상자산 지갑 ‘페이버렛’을 이용할 이유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초록뱀미디어의 방탄소년단(BTS) 화양연화 기반 드라마 유스 콘텐츠 사용권을 독점 계약하고, 비스타컴퍼니와 미스트롯3 웹3콘텐츠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페이버렛을 설치해야 해당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핑거랩스 관계자는 “수요자가 제공되는 서비스를 보다 가치 있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핑거랩스는 또 워커힐호텔, K현대미술관 등 기업과도 협업하고 있다. 기업이 페이버렛을 도입하고, 이후 실질적 효과를 데이터로 측정할 수 있도록 솔루션도 구축 중이다.
빗썸 자회사 로똔다가 만든 부리또 월렛은 빗썸과의 연동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지난해 3월 트래블룰 이후 사용자는 거래소에서 개인지갑으로 가상자산을 입출금하려면 지갑 주소를 등록하는 화이트리스팅 절차를 거쳐야 한다. 로똔다 관계자는 “부리또 월렛을 이용하면 불필요한 절차 없이 빗썸 거래소에 부리또 지갑 주소를 등록하고, 전화번호 확인 절차로 간편하게 가상자산 거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로똔다는 부리또 월렛으로 글로벌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로똔다 관계자는 “중남미, 동남아 등으로 비즈니스 확장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랩 블록체인컴퍼니 ABC 월렛은 보안을 최대 경쟁력으로 꼽는다. 거래 과정에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디앱(DApp), 스마트 컨트랙트, 지갑 주소 자체에 대한 위험 경고를 제공한다. 안랩 블록체인컴퍼니 관계자는 “스캠 사이트 연결, 범죄 연관 지갑에 대한 송금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들은 지갑 서비스에 적극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수익 모델은 구축하지 못한 모습이다. 로똔다 관계자는 “현재는 부리또 월렛에서 토큰이 교환될 때 발생하는 수수료가 있고, 다른 수익 모델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그라운드엑스와 핑거랩스는 파트너사 제휴 협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타 기업의 NFT 티켓, 멤버십, 인증서 등을 지원하고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양사 모두 장기적으로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갑 인프라 서비스 솔루션을 구축하고 이용료를 받을 계획이다. 안랩 블록체인컴퍼니도 ‘월렛 애즈 어 서비스(Wallet as a Service)’ 형태로 기업에 ABC월렛을 제공하고 사용료를 받고 있다.
업계에선 가상자산 지갑 시장이 초창기인 만큼 당장은 수익 창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혜성 INF 크립토랩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가상자산 지갑은 우선 킬러 컨텐츠로 사용자를 확보한 뒤에 유료 비즈니스 모델을 추가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톡은 출시 초기 문자 메시지를 대체하며 수많은 사용자를 확보했다. 이후에도 메인 사업인 메신저 서비스는 무료로 유지하고, 결제 등 부가 사업으로 수익 모델을 설계했다. 마찬가지로 가상자산 지갑도 사용자가 지갑을 설치해야 하는 이유부터 명확하게 수립해야 이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COO는 “가상자산 지갑 시장을 선점한다면 덧붙일 수 있는 유료 비즈니스 모델이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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