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곡으로 돈을 벌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들과 연결돼 있다는 ‘경험’을 위해 돈을 씁니다.”
‘음악과 블록체인을 엮은 서비스 가운데 대중적으로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에 이같은 답이 돌아왔다.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해시드 라운지에서 만난 전홍성 쿠키독 코파운더는 작곡가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음악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그는 음악을 대체불가토큰(NFT)로 발행하거나 지식재산권(IP)을 쪼개파는 등 투자에 가까운 서비스가 아닌, 팬과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쿠키독은 국내 대표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가 운영하는 프로토콜 캠프 5기에 참가하고 있다.
현재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아티스트가 정산을 받기까지 다양한 중간 단계를 거쳐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릴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아티스트에게 지급되는 액수도 줄어든다. 전세계 사용자 수백 만명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월 1만 원씩 지불해도 정작 아티스트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현저히 적다. 전 코파운더는 “특히 덜 유명한 아티스트일수록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나오는 수익만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렵다”며 이 같은 구조를 “무너진 스트리밍 경제”라고 비판했다.
쿠키독은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백제 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후 작곡가의 길을 걷던 그는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히트곡 ‘줄리엣’ 편곡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도 SM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기획사의 소속 가수가 콘서트나 공연에서 편곡을 맡았다. 그러나 기존 음악 산업 구조에서 이러한 방식으로는 수익에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5년 전 음악을 그만둔 이유다.
이후 그는 유튜브 콘텐츠 제작, 쿠키 판매 등 여러 사업을 전전했다. 그러다 블록체인 기술을 접하고 작곡가 시절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다. 현재 개발 중인 쿠키독 서비스는 팬이 음원 감상에 비용을 지불하면 곧바로 아티스트에게 지급되는 구조다. 작사가·작곡가·가수 등 이해관계자가 여러 명이어도 상관 없다. 블록체인 상 스마트 컨트랙트를 적용해 가상자산 지갑마다 자동으로 정산이 되도록 설계하고 있다. 팬들에게는 앨범 정식 발매 전 음원을 들어볼 기회,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는 음악 감상회 참가 기회 등 다양한 경험이 제공될 예정이다. 아티스트의 신인 시절부터 응원한 ‘찐팬’이라는 기록도 블록체인에 남게 된다.
전 코파운더는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쿠키독에서 보다 두둑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음악 산업의 투명성과 접근성을 블록체인으로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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