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에 상장된 무브먼트(MOVE) 가격이 상장 직후 4600배가량 폭등했다가 다시 급락했다. 일각에선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가격 급등락을 예상했음에도 코인원이 타 거래소보다 무리하게 일찍 MOVE를 상장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인원은 다른 거래소들이 거래 지원을 연기하며 투자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OVE는 지난 9일 오후 8시 코인원에 상장된 지 40분 만에 4643배 폭등한 99만 85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MOVE는 10일 오후 2시 34분 고점 대비 99.8% 하락한 1550원에 거래 중이다.
업비트와 빗썸은 전날 오후 9시, 코인원은 한 시간 빠른 8시에 MOVE를 거래 지원할 예정이었다. 이후 코인원에서 MOVE의 거래가 시작되고 한 시간 뒤 업비트는 거래 시점을 오후 10시로 미뤘다가 이날 오전 10시 30분으로 재차 연기했다. 빗썸도 업비트와 같은 시간 상장하며 MOVE는 전날 코인원에서 단독으로 거래됐다.
업비트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소 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한 뒤 (상장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타 거래소와 가격 차이가 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며 상장 연기 이유를 밝혔다. 거래소에 할당된 MOVE 물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매수 주문이 몰리면 가격 변동이 심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MOVE는 업비트·빗썸에서 상장 직후 한 시간 동안 각각 815%, 310% 급등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3개 거래소에서 같은 날 상장 예정이던 것이 단독 상장이 돼버린 셈”이라며 “알트코인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며 투자자들이 새 투자처를 찾는 상황이고 (MOVE는) 상장 전 많은 주목을 받은 코인이라 투자 수요가 몰릴 것이란 예상은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가격 급등락이 예견된 상황에서 코인원이 거래 수수료를 노리고 한 시간 빨리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거래량이 몰리면 코인원이 얻는 거래 수수료도 불어난다. MOVE 상장 직후 1시간 동안 코인원에서 거래된 MOVE의 개수는 16만 411개로 같은 시간 시가(4만 원)로 계산하면 64억 1644만 원의 거래 대금이 발생했다. 코인원의 거래 수수료율이 0.2%인 점을 고려하면 한 시간 동안 약 1283만 2880원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코인원 측은 “타사보다 코인원에서 거래가 1시간 먼저 열리며 투자 수요가 몰렸다”며 “이후 타 거래소에서 거래 지원이 연기되자 (MOVE에 대한) 수요가 제때 분산되지 않아 발생한 매수·매도의 비대칭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MOVE는 이더리움 레이어2 블록체인 무브먼트랩스가 발행한 가상자산이다. 무브먼트랩스는 과거 페이스북(메타) 개발진이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만든 스마트계약 언어 ‘무브’를 채택해 다른 블록체인보다 트랜잭션 속도가 빠르고 보안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MOVE는 무브먼트랩스 생태계에서 스테이킹(가상자산 예치), 거버넌스 투표, 가스비 지불 등의 용도로 사용될 예정이다.
-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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