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계좌 허용을 앞두고 가상자산 시장 내 인력 쟁탈전이 가열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커스터디 기업 등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전담 인력 확보에 속도를 내며 몸집을 많게는 2배 가까이 키우고 있다. 특히 최근 실명계좌 제휴 은행을 KB국민은행으로 교체하며 법인고객 영업 광폭 행보에 나선 빗썸은 경쟁사 인력을 빨아들이는 ‘인재 블랙홀’로 떠오른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법인계좌 허용을 계기로 점유율 뒤집기를 노리는 빗썸은 자금력을 앞세워 인재 블랙홀로 부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빗썸이 최근 고팍스 등 타 거래소 고급 인력에 파격적 조건을 내걸면서 영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가상자산 시장 내 전문 인력이 부족한 탓에 경쟁사 간 인재를 뺏고 뺏기는 인력 쟁탈전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빗썸이 강남역사 업비트 사옥 방향에 업비트가 연상되는 문구를 넣은 채용 광고판을 붙인 것을 보고 노골적인 인력 빼내기가 아닌가 생각했다"며 "업계 내에서 '제 살 깎아먹기'식 소모전이 벌어지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빗썸은 최근 공격적인 인력 채용에 나서며 지난해 300명대였던 직원 수를 500여명까지 대폭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가상자산 시장에 법인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진입하기에 앞서 법인 고객을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을 늘려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부터는 법인 영업만을 위한 전문 인력까지 물색하며 법인영업팀 신설을 추진 중이다. 법인의 시장 참여으로 자금세탁 위험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금융당국이 규제대응 인력 확대를 권고하고 있는 점도 관련 인력의 집중 채용으로 이어졌다. 빗썸 홈페이지 채용 공고에 따르면 빗썸은 자금세탁방지(AML)와 이상거래탐지(FDS) 등 규제대응 시스템 개발 경력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외에도 거래 서비스 개발 인력 등을 모집하는 상시 채용 공고가 12건 올라와 있는 상태다.
2위 빗썸의 적극적 공세에 1위 업비트도 맞대응에 나서며 법인 담당팀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총 직원 수는 현재 약 650명에 달한다. 두나무 관계자는 “지금도 업비트 담당 인력을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 앞서 AML 인력을 많이 뽑으며 AML 담당 부서 정비가 완료됐다”며 “이미 지방 검찰청과 지방 세무서, 지자체 등에서 범죄수익 환수 목적 등으로 업비트 법인 계좌를 개설하며 가장 많은 법인 계좌를 보유하고 있어 그만큼 경험치가 쌓인 상태”라고 전했다.
거래소뿐 아니라 커스터디 업계도 법인 투자자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커스터디 업계는 거래소에 비해 상대적인 신생 산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기존 보통 10여명의 인력으로 운영돼왔지만 올해 법인 영업 경쟁이 불붙으며 인력을 2배 가까이 늘리는 사례도 등장했다. 지난해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확보한 비댁스는 최근 현대카드와 SC제일은행 등 금융기관 출신의 규제대응 전문 인력을 영입하며 직원 수를 30명 수준으로 늘렸다.
류홍열 비댁스 대표는 “금융당국에서 커스터디를 비롯한 가상자산사업자들에게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정보보호와 AML 등 규제대응 부분”이라며 “당국에서 관련 인력 보강을 권고하고 있어 인재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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