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이 테더(USDT) 대여 서비스에서 발생한 강제 청산으로 피해를 입은 이용자들의 손실을 전액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관세 100% 부과 발언에 코인 시장이 폭락한 지난 11일, 빗썸에서는 유동성 부족으로 대여 상품의 강제 청산이 발생하면서 USDT 가격이 한때 5570원까지 폭등했다. 이상 급등으로 강제 청산을 당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금융감독원은 주말 직후인 13일 빗썸의 청산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현황 파악에 나섰고, 빗썸은 이날 밤 늦게 보상책을 내놨다.
빗썸은 13일 저녁 10시 30분께 공지를 통해 "급격한 시장변동에 따라 코인대여 서비스의 자동상환이 발동한 점을 인지했다"며 "이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회원들의 손실을 전액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오전 빗썸에서 USDT 가격은 한때 5755원까지 치솟았다. 지금은 1500원대로 내려왔지만 단기간에 평소 가격의 세 배 이상으로 폭등했다.
USDT는 자산가치를 1달러에 고정한 스테이블코인이다. 가상화폐 하락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팔아 치운 뒤 스테이블코인으로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폭은 제한적이다. 실제 빗썸에서 USDT가 5755원까지 오를 당시 업비트와 코인원에서는 각각 1650원과 1670원에 거래됐다. 미국 같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1.083달러로 약 1554원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안정적이라고 하는 스테이블코인 가격이 급변동할 수 있는 대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빗썸의 ‘USDT 대여 서비스’가 화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빗썸의 대여 서비스는 가상화폐 가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자동으로 대출을 갚게 한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85%의 담보인정비율로 USDT를 빌렸다면 시세가 약 11% 오를 경우 청산이 시작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테더 가격이 뛰면서 일부 투자자들의 대여금이 강제로 청산됐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USDT 가격이 6000원에 육박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강제 청산으로 의도치 않게 담보 손실을 입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타 국내 거래소와 시세 차이를 확인하지 않고 가격 이상이 나타난 빗썸 시세만 가지고 청산 기준을 판단하는 것은 불공정 거래"라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신고와 문의가 다수 접수됐다"며 "청산 과정에서 빗썸 내부 절차에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현황 파악에 나서자 빗썸은 이날 저녁 늦게 공지를 통해 보상 계획을 내놨다. 빗썸은 "11일 6시 22분부터 25분까지 발생한 USDT 시세 급등으로 인한 일부 거래소 이용에 불편을 끼쳐 드린점 사과드린다"며 'USDT 자동상환 과정에서 타 거래소 최고가(1700원) 보다 높은 가격에 체결이 발생한 회원들의 손실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빗썸에서 연쇄 청산으로 테더(USDT) 가격이 3배 이상 치솟은 사건은 단순히 거래소 문제를 넘어 스테이블코인 신뢰도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1달러에 가치가 고정된 코인이지만 순간적인 수급 불균형과 거래소 환경 등에 따라 안정성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앞둔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왜곡 현상은 시장 확대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김병준 디스프레드 연구원은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고 대여 서비스가 지원되면 이번 빗썸과 동일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단기간에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되지 않도록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해 대한 접근성을 완화하고 유동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확대를 위해 시장조성자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장조성자는 특정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적절한 매매 호가를 제시해 시장 유동성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윈터뮤트 등 시장조성자 업체들이 유동성 공급과 가격 안정화를 지원하고 있다. 코인베이스와 같은 거래소들도 유동성이 낮은 거래쌍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체계적인 유동성 관리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시장조성자 제도 공백으로 합법적인 시장 조성 활동조차 시세 조종으로 오해받을 우려가 커 활동에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순간적인 수급 불균형에 따라 USDT 가격이 올라갔듯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충분히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예방하려면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시장조성자가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박민주 기자,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