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상화폐) 비트코인은 ‘트러스트리스 트러스트(trustless trsut)’라고 불린다. ‘무신뢰 신용’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상대를 믿지 않더라도 비트코인을 활용해 돈을 송금, 거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앙서버와 발행자 없는 비트코인의 특성을 함축적으로 나타난다.
조규빈 새벽세시삼십분 대표(32·사진)는 지난 19일 디센터와의 인터뷰를 무신뢰성이라는 단어로 시작했다. 조 대표는 일본 히토츠바시대학 상학부,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경영정보학(MIS) 석사를 마친 뒤 SK플래닛, 체인파트너스를 거쳐 현재는 새벽세시삼십분이라는 비트코인 1인 연구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2008년 제3의 중개기관을 신뢰하지 않는 사이버 펑크들에 의해 탄생했다. 조 대표는 “법이나 계약처럼 제 3자와 자신을 잇는 사회적 약속이 한 단계 도약할 때 우리 인류도 함께 발전해왔다”며 “사회적 약속이 제 3자에 신뢰를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이제는 역설적으로 사회적 약속이 제 3자의 신뢰를 낮추고 있다”며 “법이나 계약이 없어도 비트코인 세계에선 신뢰할 수 있는 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비트코인에 대해 사회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 문제는 일부 특정인이 많은 돈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돈이 무엇인가’를 이해할 때 돈의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하는 것보다 주변 현상이나 경험에 기초하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도 우리 사회와 직결되니 그런 방식으로 설명하면 기술적인 면보다 이해하기가 쉽다”고 비교했다.
조 대표는 비트코인이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통계학적으로 전 세계 인구 중 30억 명이 금융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한다”며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사람은 결국 빈곤으로 이어지는 구조인데, 비트코인은 제 3자 없이도 돈을 관장하기 때문에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만이 돈을 공급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데 돈을 제일 많이 빌리는 것도 국가”라며 “돈을 저축하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 중 저축하는 사람의 돈의 가치가 하락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정해져 있으니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고, 특정인이 자신만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비트코인을 더 공급할 수 없으니 빈부격차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일본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현금을 집 서랍장에 보관하는 ‘단스요킹(서랍장 예금)’이라는 문화가 있어 사회에 현금을 공급하려 해도 잘 안 되는 구조”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비트코인을 제도권 내로 편입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진단했다.
조 대표는 “비트코인에서 제일 우선시하는 것은 비트코인의 탄생 배경이며 제일 마지막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은 비트코인이 던지는 질문”이라며 “비트코인은 돈을 국가가 관리하는 게 맞는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오는 3월 ‘비트코인AtoZ’라는 제목으로 디센터유니버시티에서 강의를 할 예정이다.
/정윤주 인턴기자 y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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