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이 전 산업에 빠른 속도로 확산 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은행들은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으로 거래가 줄면서 수수료 수입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빨간불이 켜졌다. 반면, 보험권은 블록체인 기술로 가입과 청구 등 업무가 간편해지는 만큼 새로운 성장기회가 될 수 있다며 파란불을 켰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이 은행과 보험 등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일단 은행들은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은행들은 수수료 수입이 상당 부분 차지한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은 중개 과정을 단축해 수수료를 낮춰준다. 거래시간은 몇 일에서 몇 초로 줄이면 효율은 월등히 높아진다.
최근 경제매체 CNBC는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분석을 인용해 “블록체인 기술이 스위스 은행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스위스가 역설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는 셈이다. 무디스는 “블록체인 기술이 국경 간 거래를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어 은행 수수료를 크게 줄여준다”며 “스위스의 대규모 은행은 수입의 절반이 수수료인 만큼 블록체인 기술 도입으로 가장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스위스 은행은 수익 중 수수료 비중이 50%를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 다음이 이탈리아, 캐나다, 이스라엘 등으로 30% 수준이다. 한국 은행들의 수수료 수입 비중은 10% 미만으로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그렇지만 수수료가 반토막이 나면 수익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중개인의 역할 축소가 중앙집중형 은행 산업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1,600개 이상 유통되는 암호자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창조적 파괴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암호자산으로 대규모 전환이 일어나면 은행과 기타 금융 기관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보험사들은 블록체인 기술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이다. 최근 글로벌 보험 중개사 마쉬는 IBM과 ISN, ACORD와 손잡고 상업 보험가입증명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IBM의 블록체인 플랫폼 하이퍼레저 패브릭을 활용해 기존의 복잡했던 수동방식을 투명하게 간소화하는 솔루션으로 바꿀 계획이다. 시범단계를 거쳐 올해 말 본격 적용할 예정이다. ISN은 “손으로 종이증서에 쓰던 방식에서 디지털로 바꾸면 처리 과정도 줄고 고객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도 블록체인 기술 접목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 복잡한 보험 청구 절차를 블록체인 인증으로 간단하게 처리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중으로 전국으로 확대하는 한편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해 10분 안에 보험금을 자동 지급하는 상품도 준비하고 있다. 정규식 교보생명 차장은 “블록체인을 이용한 서비스 개선으로 보험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모든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를 위해 앞다퉈 경쟁하는 상황에서 은행권과 보험업계가 블록체인에서 생존을 위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황보수현 인턴기자 soohyeonhb@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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