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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소품블16]숲 보고 나무 봐야 답이 보인다···블록체인은 분석이 '절반'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 부회장

“대한민국의 은메달을 기원합니다.”

오는 1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팔렘방에서 열리는 ‘2018 아시안 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 관련 기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댓글로 추천 수도 많다.

이처럼 한국 야구팀에 대한 네티즌들의 조롱 섞인 격려가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조롱’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팀에게 그보다 수준이 낮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말라고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LG 오지환과 삼성 박해민 선수 때문이다. 이들은 만 27세로 상무와 경찰 야구단에 입대할 나이를 넘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못 따면 현역으로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많은 네티즌들은 두 선수가 27세가 될 때까지 상무나 경찰 야구단을 택하지 않고 병역특례만을 노리고 대표팀에 선발됐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체육 산업 발전을 위해 ‘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를 도입했는데, 올림픽은 동메달만 따도 가능하지만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따야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창 운동해야 할 젊은 나이에 군대에 가지 않고 운동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건 큰 특혜고, 선수 입장에서는 당연히 욕심을 낼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앞선 글에서 모든 일은 ‘계획을 보면 결과가 보인다’고 했다.(블록체인 프로젝트, 계획을 보면 결과가 보인다…‘깰 것인가? 깨질 것인가?’ 그것이 문제 ▶바로가기) 대한민국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을지, 그들이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팬들이 선발결과를 놓고 야구팀 전체를 배척하고 조롱하는 상황은 분명 긍정적인 모습은 아니다.

이렇게 야구 얘기를 꺼낸 이유는 야구가 많은 스포츠 경기 중에서 가장 데이터를 신뢰하는 확률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야구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 프로야구를 경험하고 돌아온 박병호, 김현수 선수다.

두 선수는 국내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미국에 진출했다. 미국 진출 초기엔 괜찮은 성적으로 팬들의 많은 응원을 받았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의 분석 시스템이 두 선수의 약점을 파악한 순간, 그들은 평균 이하의 선수가 돼 버렸다. 두 선수는 눈물을 머금고 국내리그 복귀를 선택했고, 복귀한 첫해에 미국 진출 이전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데이터에 기반한 확률의 야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야구에 ‘쿠세’라는 단어가 있다.

바로 이해했다면 아마도 프로야구 ‘광팬’일 듯하다. 쿠세는 일본말로 ‘버릇’이란 뜻이다. 야구선수들의 미묘한 습관을 쿠세라고 말한다.

과거 안경현 선수는 현역시절에 ‘쿠세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 2008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부분만 계속 본다고 버릇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야구를 전체적으로 크게 보고 있으면 뭔가 이상한 부분이 보이고 그때부터 집중적으로 그 부분을 살핀다. 그래야 보인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먼저 야구를 열심히 넓게 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쿠세, 미묘한 습관은 일단 넓게 열심히 본 후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살펴야 보인다는 것이다.

야구 전문가가 야구에 대해 한 말이지만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적용해도 참고가 될 만한 좋은 통찰이다.

앞선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소프트웨어 공학에서 첫 번째 단계는 ‘계획’이고, 그 다음 단계는 ‘분석’이다. 이를 요구사항 분석이라고도 말한다. 분석을 제대로 해야 다음 단계인 설계와 개발로 넘어갈 수 있다.

‘쿠세’처럼 분석을 할 때는 특정한 부분만 바라보지 말고, 전체를 크게 봐야 한다. 그런 다음에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보완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숲을 먼저 보고, 나무를 살피는 톱다운 방식의 분석이 비즈니스를 풀어가는 정석이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범하는 오류가 있다.

급한 마음에 제대로 된 분석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옛 속담에 ‘아무리 급해도 실을 바늘허리에 꿰어 바느질을 할 순 없다’는 말이 있다. 블록체인 비즈니스도 블록체인 답게 제대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티즌들이 야구 대표팀에 보내는 메시지도 ‘열심히 운동하고 그 결과로 병역특례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맞지만, 병역혜택을 위해 대표팀에 참가하고 금메달을 따겠다고 뛰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는 것이다. 순서가 바뀌면 곤란한 상황이 많다.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접근법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와 ICO(암호화폐공개) 기업 등을 벤처기업에서 제외하려고 한다. 룸쌀롱, 사행성 기업과 동일 선상에 놓고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우려하는 대로 암호화폐 시장이 사기와 투기에 열병을 앓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는 시장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겪어야만 하는 ‘성장통’일 뿐이다. 블록체인 비즈니스 전체의 모습은 결코 아니다.

정부도 한국 야구대표팀 전체가 한두 선수의 욕심 때문에 매도 당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할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도 마찬가지다. 일부의 모습으로 전체를 매도하면 안 된다. 부작용을 이유로 미래 먹거리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또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분석’은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중요한 작업이다. 합리적인 규제를 위해선 제대로 된 분석이 먼저다. 부러진 일부 나무만 보고 전체 숲이 알곡 없는 쭉정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말기를 바란다.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우승호 기자
derri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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