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것이 약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아주 상반되는 격언이다.
‘모르는 것이 약이다’는 필요 이상의 지식이나 어려운 여건을 알게 됨으로 인해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을 걱정해서 나온 격언이다. 보통 입시와 같은 중요한 일을 준비하고 있을 때, 가족의 죽음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다.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라는 의미이다. 동양적인 사고 방식에서 출발한다.
반면에 ‘아는 것이 힘이다’는 귀납법을 제시한 17세기의 철학자이자 과학혁명의 시조라고 불리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격언이다. ‘원인을 모르면, 결과를 낳는 것도 할 수 없다’는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에서 출발한다. 서양적인 사고 방식이다.
과거 우수한 기술인 고려청자는 제작법을 알려주지 않아 후대에 제대로 전수되지 못한 상황을 비춰보면, 동양적 사고는 다소 폐쇄적인 구조로 돼 있다. 서양은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공표하고 출판해 여러 사람에게 전달되고 발전하도록 토대를 갖추는 자세를 취했다. 기본적인 사고방식과 지식을 대하는 철학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어느 편을 들어주시겠는가? ‘힘’과 ‘약’ 어느 것에 우위를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필자가 해외 프로젝트를 했던 경험담을 하나 소개한다. 인도네시아는 금액을 표시하는 숫자의 단위가 22자리라고 하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해도 단위가 매우 높은 것임에는 틀림 없다. 일상에서 숫자를 표기할 때는 불편함만 극복하면 되지만, IT 프로그램의 세계에서는 다른 심각한 문제에 봉착한다. CPU, OS, 프로그램 언어 등 컴퓨터의 인프라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심각한 것은 프로그램 언어가 해당 자리 수를 표현하지 못한다. 여러분이 엑셀을 실행시켜 바로 확인을 할 수 있다. 15자리 이상의 숫자는 뒷부분이 제대로 표현 안된다. 자리 수는 맞춰 표기는 해주지만 실제 숫자가 0으로 대체된다.
숫자가 생명인 금융 업무에서 정확한 계산 값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은 아주 큰 문제이다. 프로그램 자체를 신뢰할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당시 개발자들이 모여 현장에서 업무 협의를 진행한 영업 파트를 심하게 탓하는 뒷담화를 하기도 했다. ‘모르면 물어보기라도 해야지, 구조적으로 안 되는 것들을 어떻게 해결하냐’고 성토했다.
한국 개발자들이 역량을 발휘해 해당 프로젝트에서 사용자들이 불편함 없이 숫자처리를 할 수 있도록 별도의 숫자 계산 로직을 구현해서 적용하긴 했다. 그러나 개발 과정의 프로그램 실행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인 처리 과정이 있다는 것은 생각해야 한다. 이때는 아는 게 힘이라는 격언이 뼈에 사무쳤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공학의 개발 프로세스에는 분석, 설계, 구현, 테스트의 과정이 있다. 이런 어려운 현상이 발생하면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명하게 선택해서, 문제점을 극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꼼꼼한 계획과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블록체인에서는 먼저 알리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선택받을 수 있는 제일 빠르고 확실한 방법임을 알았으면 한다. ‘아는 것이 힘이 되는 것이다’
간혹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하는 분 가운데 중요한 비즈니스모델(BM)이나 기술적 이슈에서 프로젝트 비밀이라며 대답을 회피하는 경우가 있다. ‘모르는 게 약이다’는 자세로 대하는 것 같다.
주변 지인이 수능을 앞둔 아이에게 할아버지의 임종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가 집중하지 못할 까봐 걱정하는 부모의 심정이 헤아려진다. 이것이 ‘모르는 게 약’인 상황이다.
수능 준비에 고생한 모든 수험생에게 격려를 보낸다. 희망하는 대학에 진학해서,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는 동량으로 성장해 주기를 기원한다. 미래 블록체인을 이끌어 주는 인재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아울러 해본다.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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