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 코인은 암호화폐의 가격 안정성이라는 문제의식에서 탄생했다. 지난 2015년 발행을 시작한 최초의 스테이블 코인 테더(Tether·USDT)는 법정화폐 달러(USD)에 가치를 페깅(Pegging)해 1대1로 연동된다. 처음 등장한 스테이블 코인으로서 많은 대형 거래소에서 실질적인 기축통화 역할을 해 온 USDT는 지난해부터 가격 급등락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고 시세 조작과 해킹 등의 논란에도 휩싸였다. 이에 테더와 유사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구조의 스테이블 코인이 탄생했다. USDT처럼 1달러에 페깅했으나 발행주체와 신뢰주체가 다른 스테이블 코인, 트루유에스디(TUSD)다.
TUSD는 지난해 발행을 시작한 달러 기반의 ERC-20 토큰이다. 1TUSD의 가치가 1달러에 묶인 점에서 USDT와 동일하지만, USDT가 테더 사(Tether.LTD)만을 통해 발행되고 보증되는 것과 달리 TUSD는 발행하는 기관과 신뢰를 보증하는 기관이 구분돼있다. TUSD를 발행하는 기관은 트러스트토큰(TrustToken) 팀, 신뢰를 보증하는 기관은 트러스트토큰 팀의 인가를 받은 트러스트 컴퍼니(TrustCompany)다. TUSD는 사용자와 트러스트토큰 팀, 트러스트 컴퍼니 세 주체가 이루는 신뢰구조 속에서 사용되고 가치를 유지한다.
트러스트토큰(TrustToken)은 TUSD를 발행하는 플랫폼이다. 사용자가 TUSD를 구매하기 위해 사용자가 트러스트 컴퍼니에 입금하면 이 정보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자동으로 트러스트토큰 팀으로 넘어가고 예치금만큼의 TUSD가 발행돼 유저의 계좌로 송금된다. 이 과정에 쓰이는 모든 계좌는 에스크로로 이루어지고 트러스트토큰 팀은 에스크로 계좌 자금에 대한 접근 권한이 없다. 설령 트러스트토큰 팀이 망한다고 해도 TUSD 홀더들은 트러스트 컴퍼니를 통해 달러를 되돌려 받을 수 있다. 또 트러스트토큰 팀의 자회사 트루코인 LLC(TrueCoin.LLC)는 은행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법인으로 미국 재무부 금융 범죄 네트워크(FinCEN)을 통해 금융 서비스 사업(MSB)이 등록돼있다. MSB에 등록된 트러스트토큰 팀은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 AML) 및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통해 TUSD 홀더를 보호하고 사기 및 자금 세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장치를 둔다.
TUSD의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존재는 제 3자 신탁기관인 트러스트 컴퍼니다. 이들은 트러스트토큰 팀의 인가를 받은 신탁회사 및 은행들로, TUSD를 1대1로 교환할 수 있도록 지급 준비자금을 준비한다. 또 지급 준비율을 100퍼센트로 유지하면서 사용자들의 자금을 신탁회사가 직접 관리한다. TUSD를 USD로 바꾸는 과정은 구매과정과 유사하다. 토큰 홀더가 TUSD를 거래소에서 팔면 이 정보가 다시 스마트 계약을 통해 트러스트토큰 팀으로 전달되고, 팀은 달러와 TUSD의 비중을 1대 1로 맞추기 위해 그 즉시 TUSD를 소각한다. 소각과 함께 정보를 넘겨받은 트러스트 컴퍼니는 사용자에게 상응하는 달러를 송금해준다. 현재까지 알려진 TUSD의 트러스트 컴퍼니는 미국 네바다(Nevada) 주에 기반을 둔 프라임 트러스트(Prime Trust)와 얼라이언스 트러스트(Alliance Trust)가 있다.
이외에도 TUSD는 USDT가 받는 공격에 착안해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도입했다. 글로벌 회계법인인 코헨앤컴퍼니(Cohen & Company)로부터 은행 계좌를 감사받고 매월 감사 보고서를 발행하여, 유통 중인 모든 TUSD 토큰이 에스크로 계좌에 있는 달러에 일대일로 고정되도록 보증한다. 이번 달까지 코헨앤컴퍼니는 16개의 감사 보고서를 발행했으며 $1억7,488만 달러199 달러(약 1,980억원)의 잔고를 확인했다. 모든 사용자는 TUSD의 스마트컨트랙트 주소로 로그인해 계좌 잔고와 발행된 TUSD 토큰 수를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다. 여기에 최종 보증기관으로 미국의 전통 벤처캐피탈로 유명한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의 암호화폐 전문 벤처캐피털 a16z까지 뒀다.
그러나 TUSD는 USDT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TUSD의 시가총액은 USDT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다만 성장 속도는 빠르다. 암호화폐 및 거래소 정보사이트인 코인힐스에 따르면 USDT는 최근 24시간(지난 12일 오전 10시 기준)동안 28개 거래소를 통해 488.69BTC 규모의 거래가 일어난 반면 TUSD는 이보다 훨씬 많은 9,017.22BTC 규모의 거래가 발생했다. 급속히 확장하는 스테이블 코인의 영역 속에서 TUSD가 과연 USDT를 넘어설 날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TUSD의 공동 설립자 스테판 케이드는 오는 20일 개최되는 BIIC 2018 행사에 연사로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민서연기자 minsy@decenter.kr
- 민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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