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한 블록에 1MB의 용량을 담는다. 1초에 7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으며 블록 하나가 생성되는 데에는 10분이 소요된다. 비트코인의 거래량이 늘면서 속도가 느린 비트코인은 현실에서 ‘화폐처럼’ 쓰일 수 없는 한계에 직면했다. 비트코인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이 제안됐지만, 탈중앙화라는 속성 때문에 만장일치의 합의가 필요했다. 결국 합의하지 못한 비트코인은 두 진영으로 완전히 갈라졌다. 그렇게 탄생한 암호화폐가 비트코인 캐시(BCH)다.
비트코인의 결정적인 문제는 누가 봐도 느린 거래처리 속도였다. 그러나 해결방법을 놓고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비트코인 코어(BC·Bitcoin Core) 진영과 비트코인 언리미티드(BU·Bitcoin Unlimited) 진영이 대치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핵심 쟁점은 ‘확장솔루션이 온체인(On-chain)과 오프체인(Off-chain) 중 어느 쪽에서 이루어지는가’였다. BC 측은 세그윗(Segwit)과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 방식을 주장했다. 세그윗이란 비트코인을 사용할 때 들어가는 서명이 차지하는 용량을 체인 바깥에서 처리하는 방식이고 라이트닝 네트워크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추가로 서브체인을 더하여 메인체인의 과부하를 막는 방법이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오프체인 솔루션으로 비트코인의 기본 속성에는 변화를 주지 않는다.
반면 BU 진영은 블록 크기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MB로 제한된 크기를 늘려 하나의 블록에 더 많은 거래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BC 진영을 비롯한 비트코인의 핵심개발자들은 블록 크기를 늘리는 것에 반대했다. 블록 크기를 늘리기 위해서는 하드포크(대규모 업데이트)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약화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또 블록 크기가 커지면 검증에 참여하는 컴퓨터 사양이 올라가면서 채굴 집중화가 더 심해지고 중앙집권화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결국 지난해 8월 1일 10시 16분, 47만8,558번째 블록에서 분리되며 비트코인 캐시가 만들어졌다.
비트코인 캐시는 비트코인과 같은 SHA-256함수를 사용하고 합의방식 역시 작업증명(PoW)으로 동일하다. 비트코인 캐시의 사명은 화폐로써 유통되는 것이다. 때문에 비트코인 캐시는 비트코인과의 차별점으로 ‘속도’를 내세운다. 비트코인 캐시는 블록 크기를 8MB로 대폭 늘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채굴 난이도가 들쭉날쭉해지며 수많은 채굴자가 진입하고 떠나는 등 한동안 불안정했다. 이후 비트코인 캐시를 지지하는 채굴자들이 남아 손해를 감수하면서 채굴을 지속한 결과 비트코인 캐시의 해시파워는 안정을 되찾았다.
비트코인 캐시는 편리하게 결제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화폐가 되기 위해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네트워크 업그레이드를 위한 하드포크를 진행한다. 지난 5월 진행된 하드포크에서는 블록 크기를 32MB로 다시 한번 늘렸고, 확장성 및 안정성을 위해 다수의 연산코드(Op-code)를 도입했다.
비트코인 캐시는 또 다시 6개월이 지난 오는 16일 또 한 번의 하드포크를 단행한다. 이번엔 로저 버 비트코인닷컴 대표와 우지한 비트메인 창립자로 대표되는 비트코인ABC(Bitcoin ABC)와 비트코인의 초기 개발자 크레이그 라이트으로 대표되는 비트코인SV(Satoshi’s Vision) 두 진영이 나뉘었다.비트코인ABC 진영은 비트코인 캐시가 사이드 체인이나 다중 체인으로 확장할 수 있는 프로토콜과 스마트계약을 가능하게 하는 아토믹스왑 등을 도입하려고 한다. 반면 비트코인SV 진영은 비트코인ABC 측의 업그레이드가 사토시의 비전과 맞지 않는다며 본래의 비트코인 구조로 돌아가는 동시에 블록 크기를 128MB로 변경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하드포크를 앞두고 바이낸스, 오케이엑스 등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하드포크를 지원한다고 밝혔으며 비트코인 사토시비전(BSV)의 선물 거래도 시작됐다. 국내 거래소 업비트의 공지에 따르면 이번 하드포크는 오는 16일 약 01시 4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민서연기자 minsy@decenter.kr
- 민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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