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 처음부터 ‘갑’일수는 없다. 스마트폰이 발명된 이후 수많은 앱 스토어는 하나라도 많은 앱을 유치하기 위해 브로커를 고용하기도 했다. 브로커는 앱 스토어에 하나씩 입점시킬 때마다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단순하기 그지없는 시계나 달력 앱 같은 것들도 그 대상이 됐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앙화된 주체가 이끄는 블록체인 플랫폼 프로젝트들은 우수한 디앱(DApp)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프로젝트인 클레이튼과 아이콘은 산업 분야를 나누고 각 분야마다 디앱 파트너를 찾고 있다.
클레이튼은 지난해 1월과 12월 각각 9개와 8개의 디앱 파트너를 발표했다. 그리고 아이콘은 현재 총 13개의 디앱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 이들 디앱 팀들은 플랫폼 입장에선 중요하다. 이들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둬야 다른 디앱의 플랫폼 참여가 활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초기 팀들의 실패는 플랫폼의 실패로 여겨질 위험성도 높다.
코스모체인과 에어블록프로토콜은 두 플랫폼 프로젝트의 공통분모다. 두 플랫폼 모두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두 프로젝트는 각각 미용 관련 소셜 플랫폼과 광고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여겨지고 있다. 즉, 가능성 높은 팀은 여러 플랫폼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셈이다.
국내 기반을 둔 플랫폼 프로젝트 중 여럿이 올해 메인넷을 선보인다. 국내 주요 플랫폼 프로젝트인 베잔트와 이그드라시는 각각 1·4분기와 3·4분기에 메인넷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애스톤 역시 조만간 메인넷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대표는 “디앱 팀들 입장에선 블록체인 기술 관련 개발과 마케팅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플랫폼을 선호한다”면서 “좋은 디앱들이 여러 플랫폼 위에 올라가는 현상은 앞으로 상당 기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는 이더리움이나 이오스와 같은 플랫폼에 많은 수의 디앱이 올라가 있지만 킬러앱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킬러앱은 오히려 플랫폼 프로젝트의 개발팀들의 도움을 받는 디앱에서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내 크립토 펀드의 투자 심사역은 “플랫폼의 탈중앙화의 수준보단 디앱이 성공하도록 얼마나 잘 지원해주는 지 여부가 더 중요해졌다”며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자력으로 모든 걸 소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중앙화 이슈는 사업성을 검증한 다음 단계로 인식하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가장 디앱이 많은 이더리움도 기존 앱 시장에 비하면 존재감이 미미하다. 1,726개(18일 기준)의 디앱 정보를 제공하는 댑레이더(DappRadar)에 따르면, 이더리움에 탑재된 모든 디앱의 일일 사용자는 1만명 전후다. 가장 높은 일일 사용자를 기록한 시점은 지난해 5월 18일(3만2,305명)이다. 17일 이더리움 디앱을 통해 발생된 거래의 총 규모는 1만1,000ETH였다.
디앱의 수는 지난해 초를 기점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디앱 정보 사이트인 스테이트오브댑(State of the Dapps)에는 총 2,432개의 디앱이 등록되어 있다. 전체 디앱에 대한 일일 활성화 유저 수인 DAU는 5만4,130명 수준이다.
가장 많은 종류의 디앱이 나온 분야는 게임과 도박이다. 각각 491개와 348개의 디앱이 출시됐다. 그 뒤를 소셜 분야(259개)와 금융 분야(257개)가 이었다. 월 단위 활성화 유저 수인 MAU가 가장 높은 분야는 거래 부문으로 매달 5만명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탈중앙화 암호화폐 거래소는 이 부문의 대표적인 디앱이다.
/심두보기자 shim@decenter.kr
- 심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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