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A씨가 전공 공부에만 매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교양 과목도 열심히 들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전공을 살려 창업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탓이다. 최근에는 동기들 사이에서 유행 중인 모바일 앱으로부터 많은 창업 ‘인사이트’를 얻는다. 기존 학교 커뮤니티와는 다르게, 미디엄이나 브런치에나 올라올 법한 설명글과 각종 후기가 많이 올라와 있다. 창업 관련 콘텐츠 역시 다양하다. A씨도 어떻게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글을 한 번 올린 적이 있는데, 추천 수가 많아 토큰으로 보상도 받았다. 학생회관 어딘가에 가면 이 토큰을 현금으로 바꿔준다는데 어디였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이딜리언이 블록체인 상 앱이라는 말만 얼핏 들었다.
연세대 학생들은 블록체인 상 디앱(DApp·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인 ‘아이딜리언’도 활용할 수 있다. 아이딜리언은 하이퍼레저를 사용하는 연세대 블록체인 플랫폼의 첫 디앱 서비스다. 학생들은 ‘아이디어’와 ‘밀리언(백만)’의 합성어인 서비스 이름에 맞춰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강의, 학회나 동아리, 교환학생 파견 대학교 등 누군가의 경험담이 궁금한 분야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후기를 남긴다.
학생들이 올린 콘텐츠나 후기는 단순 게시글로만 남지 않는다. 좋은 콘텐츠로서 투표를 많이 받을 경우 작성자에게 토큰 보상이 주어진다. 얼마나 많은 토큰을 받았는지는 앱 내 암호화폐 지갑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장학금으로서 현금 전환이 가능하다. 아이딜리언에서 쓰일 장학금 전액이 처음부터 투명하게 공개되고 해당 금액은 토큰 보유량에 따라 분배되는데, 이 모든 과정은 블록체인 상 스마트 콘트랙트로 이뤄진다. 장학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다.
블록체인 캠퍼스 구축으로 연세대가 이루려는 그림은 교내 전반에 블록체인 플랫폼이 깔린 투명한 캠퍼스다. 아이딜리언 서비스를 총괄한 신유현 연블 프로젝트 팀장은 “그동안 학내 주요 의사결정은 위에서 아래로 전달되는 방식이었는데, 이제는 학생들이 블록체인 서비스를 통해 투명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공감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기부금 등 쌓인 장학금이 어떻게 분배되는지 학생들이 알기 힘들었는데 장학금 시스템도 투명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연세대는 블록체인 캠퍼스를 통해 창업 선도 대학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연블 외 다른 학생들도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서 디앱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딜리언 같은 서비스들이 계속 등장할 수 있으며 이는 창업을 위한 기반으로 이어진다. 신 팀장은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이 캠퍼스 전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 실험을 해볼 수 있다”며 “두려움에 도전하지 못했던 서비스 개발에도 뛰어들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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